[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3급용 맥점

〈제10보〉(138~156)=한쪽이 초읽기에 쫓기고 상대방은 시간이 넉넉한 상황에서 중반 난소(難所)를 만났다고 치자. 바둑은 어떤 진행 속도를 보일까. 물론 대국자들의 성향에 달렸지만, 둘이 덩달아 스피드 경쟁(?)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내가 널널한 시간을 소비할 동안 상대가 함께 생각한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 이것이 이른바 ‘시간 공격’의 심리다.

흑이 잠시 허점을 보이긴 했지만 ▲로 끊겨 상변 백이 위태롭다. 아직도 흑 우세는 불변이란 뜻. 조한승은 전광석화처럼 139부터 147까지 선수(先手)권리를 행사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143, 145, 147 중 언제라도 154에 한 방을 쳤어야 했다. 대략 ‘3급(級)용’ 맥점. 그랬으면 참고도 3 다음 A의 회돌이 축과 B의 상변 백 포획을 맞봐 바둑도 끝났을 것이다.

흑이 어물거리는 사이 백은 잽싸게 152, 154의 급소 두 곳을 모두 차지했다. 그래도 조한승의 손길은 여전히 빠르다. “어떻게 굴려도 상변 백 대마는 못 산다”는 표정. 과연 상변 백은 죽은 것일까. 아니면 기사회생의 수단이 숨어있을까. 대형 묘수풀이가 등장했다.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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