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탈주극

〈제11보〉(157~167)=바둑을 전투 개념으로 좁혀 본다면 ‘살기(活)’와 ‘잡기(殺)’의 게임이다. 어느 쪽이 더 힘들까. 대다수 프로들은 내 곤마(困馬)를 살리는 게 남의 곤마를 잡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컴컴한 어둠 속에서 추격전이 펼쳐졌다고 하자. 딱 1개뿐인 출구를 먼저 찾아내는 건 언제나 도망자 쪽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백이 상변을 방치하고 ?로 뻗은 상황. 흑이 즉각 ‘가’로 파호하는 것은 참고 1도서 보듯 잘 안 된다. 제2안은 참고 2도처럼 공격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10에 이르면 외곽 봉쇄가 불가능해진다. 취약해 보여도 막상 잡는 수는 안 보이니 미칠 노릇이다. 그래서 157로 우회했는데 이번엔 160이 절묘하다. 164자리로 째면 백 ‘가’ 이후 ‘나’와 161 자리가 맞보기. 할 수 없이 161에 두자 167까지, 이제는 ‘나’에만 두어도 대마가 살아간다. 순식간에 펼쳐진 ‘탈주극’이었다. 그렇다면 167로 ‘다’였으면 어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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