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숲 탐방] 양평 산음 자연휴양림

나뭇잎이 계곡물에 떨어진다는 것은 물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 나뭇잎이 물속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물속에 사는 강도래, 날도래, 하루살이, 옆새우 등은 살아갈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성급한 개나리와 진달래가 서둘러 꽃을 피워내기는 하지만, 산에는 생강나무가, 들판에는 산수유가, 그리고 길가에는 개나리가 노란 봄을 만들며 그 동안의 동토와 이별을 고하는 숲의 전령사들이 활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야말로 한반도의 노란 봄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사진2>

문명의 발달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나무와 숲을 이용하고 훼손했던지 간에 건강한 숲이 살아있음을 반갑게 확신할 수 있는 곳이 아직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다만 현대생활 속에서 바삐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속에 숲이 존재하지 않을 만큼의 무관심과 숲의 다양한 신비로움을 놓치고 살아가는 ‘생태치’란 사실이 문제입니다. 

숲이란 단어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사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실로 방대하고 깊고도 긴 단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과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하는 동화의 나라요, 청소년들에게는 모험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게 하고 진취성을 고양시키며, 자연만물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논리의 장이요, 성인들에겐 삶을 뒤돌아보게 하고 사색하게 하며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장이요, 모든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약속하는 치유의 숲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짧은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로 보았을 때 숲이란 단어보다 더 긴 명사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나뭇잎이 물에 떨어져야 물속 생물들 살아

아직도 긴 동토의 계절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이미 생명이 움트는 3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곧 계곡물이 녹아내리고 버들치와 날도래가 꿈틀거리고, 어치가 잠자는 숲속의 모든 생물들을 일깨우는 3월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진 1>

긴긴 겨울이 있었기에 봄에 가장 먼저 피는 생강나무나 산수유와 개나리는 봄의 소중한 맛을 충분히 만끽할 것입니다. 이른 봄에 그들 나무들은 알고 있습니다. 꽃가루를 이동시켜주는 곤충들이 아직은 활동할 시기가 아니라는 사실과, 겨울을 보내는 계절이라 바람의 움직임이 잦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모두가 바람을 이용해서 꽃가루를 이동시키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우리는 풍매화라 합니다.

지난 호에는 서울 인왕산 백사실 숲을 찾아보았고, 이번 호에는 경기도 양평 산음리에 위치한 산음 자연휴양림으로 떠납니다. 왜냐하면 산음 휴양림 내에는 매우 자연에 가까운 숲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에서 불과 승용차로 1시간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심겨진 잣나무, 잎갈나무, 자작나무들을 군데군데에서 만나게 되지만, 그밖에 대부분은 자연 그대로의 숲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어떤 숲이 인공적이며, 자연적인가를 잘 대조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진 3>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통나무집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그 통나무집들을 피해 가다보면 곧 바로 좌측으로 나 있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 그 길을 따라 가보세요. 좌측에는 인위적으로 심어놓은 하얀 자작나무들이 우측과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내줍니다.<사진 4>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숲속으로 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오게 됩니다. 작은 계곡이지만 맑은 물이 흐르고, 그 주변은 작은 키의 나무들인 생강나무와 쪽동백을 만나게 되고, 키 큰 나무들로는 굴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물푸레나무, 물오리나무, 층층나무, 산벚나무, 그리고 다릅나무들이 숲을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물박달나무와 소나무도 만날 수 있지만, 극히 소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사진 5>

특히 죽어있는 나무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는 자연적인 숲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자연림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병들고 죽어있는 나무들이 존재함으로 인해 더 없이 많은 다른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마저도 죽은 나무에 더 이상 거주하고 먹을거리를 찾지 못하면, 마침내 최종 분해자인 버섯들이 등장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상태로 돌려놓습니다.<사진 6>

건강한 숲의 판단기준은 병들고 죽어있는 나무가 얼마나 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니까 죽어있는 나무가 많다고 걱정하지마세요. 특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그 숲에는 큰 소나무를 거의 발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어린 소나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땅바닥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소나무와 비슷한 모양으로 살아 올라오는 나무가 있는데, 그것은 잣나무의 어린 후예들입니다. 소나무의 후예들은 자신의 몸에 날개를 달고 바람을 이용해 멀리 이동할 수 있다면, 잣나무의 후예들은 자신의 씨앗에 소나무처럼 날개가 없으며, 몸집도 소나무에 비해 제법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잣나무의 이동은 다른 동물들에 의해 가능하게 됩니다. 주변에 어른 잣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잣나무들이 자라 올라오는 것은 다람쥐나 청솔모와 같은 친구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잣나무는 다람쥐나 청솔모로부터 수백 년을 살 수 있는 삶의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이미 생명을 다하고 떠나버린 나무 옆에 이제 세번째 봄을 맞이하는 어린 잣나무 세 그루가 삶을 시작했습니다.

키 큰 나무 아래 작은 키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들은 키 큰 나무들보다 나이가 적지는 않으니까요. 그들은 응달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음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빛을 키 큰 나무들이 다 먹어버린다 하더라도 생장을 최소화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무들이기 때문입니다.<사진 7>

작은 계곡을 건너 길 따라 내려오다 보면 인공적으로 식재된 잣나무숲을 만나게 되고, 그 앞에는 오래된 소나무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산음 숲에서 이들 소나무 부부는 마지막 남은 친구인지 모릅니다.

다른 더 강한 나무들의 빠르고 강한 생장에 소나무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많은 자손을 생산해서 먼 길로 이동하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소나무의 후예들은 모두가 쉽게 바람을 이용해서 날아갈 수 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는 3월에는 그 동안 얼어있던 땅이 풀리고 나무는 물을 빨아올리기 시작하며, 마침내 겨울철의 지독한 수분부족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외관적으로도 나무 내부에 수분이 충만해 있다는 사실을 나무의 겨울눈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의 겨울눈은 물이 꽉찬 통통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3월의 평균온도가 10℃에서 12℃에 이르면, 나무껍질은 따듯해지기 시작합니다. 온도의 상승은 나무껍질에 있는 효소시스템을 작동하게 하여 전분(녹말)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며, 그 전분은 당분으로 전환하기 시작합니다. 전분은 삼투압작용에 전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으로 전환돼야하는 것은 필수적인 현상입니다.

땅이 녹으면서 나무는 수분부족 벗어나

이렇게 변형된 물질에 의해 서서히 물은 나무 내부에서 나무껍질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나무의 물은 내부에서 외부로,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게 되고, 내부의 물의 움직임은 온도가 상승함과 동시에 물의 이동통로인 도관의 조직들이 활력을 받으면 활동을 시작하고, 비로소 생장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는 것입니다.

물론 뿌리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일어나고 있으며, 뿌리가 물을 빨아올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것은 겨울의 토양온도가 대기의 온도보다 빨리 높아지게 되며, 숲 토양은 이른 봄에 깊이 50cm 정도부터 얼지 않기 때문에 쉽게 따듯해집니다. 아직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 어린 나무가 이행하는 내부 물의 이동이 과다하여 자칫 잘못하면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3월의 대기온도가 갑자기 상승하면 나무껍질은 따듯해졌지만 토양이 녹지 않는다면 뿌리에서 물의 공급이 차질을 보이고, 이로 인해 나무는 과다한 물의 소비로 말라 죽게 되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마찬가지로 어린 침엽수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어린 침엽수는 항상 푸른 침엽을 매달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에 더욱 노출되어 있습니다.

3월의 따듯한 온도에 기온은 상승하고, 그로 인해 심한 증산작용을 하게 되고, 증산작용에 필요한 물의 양만큼 땅에서 물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린 나무는 마침내 생명을 다하고 맙니다. 모든 계절이 그렇지만 특히 3월은 나무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산음 휴양림을 빠져나와 달리다 보면 도로 주변에 큰 정자를 이루고 있는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사진 8> 마치 한 그루의 큰 나무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세 그루의 나무가 하나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그루의 느티나무와 한 그루의 음나무가 더불어 살면서 이제는 매우 균형적이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조화와 공존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세삼 나무의 실천적인 삶을 통해 또 깨우치게 됩니다.

산음 자연휴양림 가는 길

산음 자연휴양림을 찾는 방법은 서울에서 6번 국도를 타고 양평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용문터널을 지나면서 산음 자연휴양림 표지판이 여러 번 나오기 때문에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관리사무소 전화 031-774-8133. 입장료는 1,000원. 주차료 3,000원.

*다음호에는 부산 기장군에 있는 아홉산 숲을 찾아갑니다. 아홉산 숲은 300년 동안 내려오는 대나무숲과 삼나무숲이 인상적인 곳이며, 특히 대나무중 맹종죽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