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어디로 숨었나

중국 바둑이 달려오고 있다. 3월은 지난 1년 여 동안 각종 국제 대회가 거의 마무리되는 ‘결산’ 시점. 2006년 이후 약 15개월간의 국가별 성적을 보면 중국이 5명 플러스 알파로 가장 많고 그 뒤를 한국(2명)이 뒤따르고 있다<표 참조>. 그 직전인 2005년만 해도 한국 5, 일본 2, 중국 1명으로 나타났던 판도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플러스 알파’의 ‘알파’란 19일 결승에 돌입한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을 뜻한다. 이번 대결에서 후야오위가 우승한다면 이 기간 중국기원 소속 우승자 수는 6명으로 증가, 한국에 비해 무려 3배에 이르게 된다. 2003년까지 2년 반 사이 크고 작은 국제 대회에서 23연승을 질주하던 한국 입장에선 변명의 여지없는 ‘역전’이 이뤄지는 셈이다.

중국 바둑의 중흥을 처음 점화시켰던 기사는 창하오(常昊·31). 2005년 제5회 잉씨배에서 그가 한국 최철한을 꺾고 우승하기 이전까지 중국은 10여 년 동안 메이저 국제 무대 제패 수가 단 3회에 불과했었다. 창하오에 비견되는 또 하나의 스타가 구리(古力·24)다. 그는 14억 중국 땅에서 톱 랭커로 뿌리내리면서 제10회 LG배를 제패하는 수훈으로 중국의 돌진에 가속을 붙였다.

이 두 영웅이 다음 주 난징(南京)에서 제6회 춘란배 패권을 놓고 격돌한다. 일단 ‘집안 싸움’이기도 하고 동시에 중국 바둑 개화(開花)를 상징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이 대결의 승자는 국제 2관왕에 올라서면서 중국의 진정한 리더로 자리잡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펼쳐지는 최고 상금의 LG배 패권을 한·일도 아닌 대만에 빼앗긴다면 그들의 축제는 김 빠진 맥주 격이 될 판. 어쨌건 대부분의 세계기전이 중국을 축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바둑은 지금 어디쯤에 숨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