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최악의 시나리오

〈총보〉(1~290)=직업 승부사에게 끝이란 없다. 오늘 이겨도 내일 질 수 있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은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이 한 판의 패배는 본인은 물론 주위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세 차례에 걸친 LG배 준결승 탈락의 아픔을 이번에야 말로 만회하리란 기대가 또다시 허물어진 때문이다.

바둑 내용이 아쉬움을 배가시켰다. 69까지 필승지세를 구축한 흑은 이후 ‘시간 공격’ 속에 오히려 이상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154의 급소 일격을 흘려 보낸 것이 가장 아까운 장면. 161 시점엔 참고도처럼 두어도 대마를 잡는 수는 없다. 188 때 비로소 남은 시간을 몽땅 쏟아 부었지만 늦었다.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반면 후야오위는 마침내 메이저 결승 진출의 꿈을 LG배를 통해 이뤘다. 행운아? 아니다. 끈덕짐과 투혼의 승리였다. 그나저나 몰려오는 중국세를 막아낼 ‘흑기사’는 누구인가. (113 119 125 133…105, 116 122 128…110, 148…106, 151…108, 224 230 245…216, 227 233…217, 232…173, 241…196, 258…117, 286…195, 290…141, 290수 끝 백 1집 반 승, 소비 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