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肉彈戰

〈제2보〉(18~30)=대만은 우리 바둑의 여명기였던 50~6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내 1인자였던 조남철 七단은 62년 일본 방문 때 후지사와(藤澤秀行)에게 정선(定先)으로 대국했고, 같은 해 도일 유학 길에 오른 국내 2인자 김인은 후지사와(藤澤朋齊)와 2점 접바둑 시험기를 둬야 했다. 얼마 전까지 반 세기 전의 한국 대접을 받던 대만 바둑이 어느 새 최고수 저우쥔쉰을 내세워 세계 패권을 노리는 단계까지 발전했으니 감회가 새롭다.

백도 다시 18로 뛰어들어 묘한 신경전이 계속된다. 여기서 무려 19분의 대 장고 끝에 틀어막은 19가 최초의 의문수. 역시 ‘가’로 뛰고 ‘나’ 때 ‘다’로 좌상귀 쪽부터 정비하는 것이 순리였다는 중론이다. 하지만 20이 또한 덩달아 흥분한(?) 과수로 지목됐다. 참고도 1로 버텨 7까지를 상정하면 전체적으로 흑이 더 무거워 보이는 모습.

때 아닌 몸싸움의 와중에 놓인 25는 정수였다. 이에 앞서 26자리를 선수하는 게 이득일 것 같지만 30자리의 급소를 남겨 안 좋다. 어쨌든 30으로 우지끈 끊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육탄전이 확산돼가고 있다. 흑의 타개책이 주목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