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위세 꺾은 대만의 자존심

대만 바둑 반세기 사상 첫 세계 우승을 안겨준 저우쥔쉰은 그 나라 바둑계의 대명사 같은 존재. 명인전에서 무려 13연패(連覇)를 기록하는 등 현재 국내 4관왕으로 군림 중이다. 지금까지 탈취한 타이틀 수가 총 28회에 이른다.

6살 때 바둑을 시작, 9살 때부터는 정규 교육을 포기하고 전문기사 수업에 나섰고 2년 뒤엔 추천 케이스로 중국 본토에 유학 해 송쉬에린(宋雪林) 문하에서 기량을 다졌다. 대만 내에는 이미 적수가 없어진 때문이었다. 13세 때인 93년 중국에서 프로 三단을 인정 받은 뒤 이듬해 대만에서 다시 입단 과정을 거쳤다. 1998년 九단에 올라 현재 대만 유일의 ‘입신(入神)’으로 군림 중이다.

저우쥔쉰은 얼굴 우측 절반이 불에 덴 듯 붉은 색이다. 화상을 입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선천적인 홍반(紅斑)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으며 심지어 ‘마귀’, ‘악마’란 별명까지 얻었다. 얼굴 콤플렉스로 인해 그는 등교를 거르는 일이 많아졌고, 이것이 오히려 바둑 실력 향상의 계기가 됐다. 결국 중학을 졸업하지 못했지만 훗날 명인 타이틀 획득 후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저우쥔쉰은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만 바둑 꿈나무들의 우상이 됐다. 대만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엔 ‘붉은 얼굴의 바둑왕(紅面棋王)’이란 제목 아래 저우쥔쉰 스토리가 실려 있다. 친 동생 저우핑창(周平强·25)도 프로 三단으로 활약 중인 형제 기사. 발 빠르게 실리를 챙기고 타개하는 기풍이며 수를 읽어내는 속도도 발군이다. 영화와 음악 감상, 게임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여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곧장 “있다”는 대답이 나온 걸 보면 영락없는 신세대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