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惡戰苦鬪

〈제5보〉(58~75)=저우쥔쉰은 수읽기는 물론 형세 판단도 매우 빠른 속기파 기사. 세계 정상급 기사로 서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쏟았겠지만 유형별로는 천재형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 계열의 기사들은 경솔함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저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바둑에서도 어김없이 ‘덜컥수’가 나와 곤욕을 치르는데 그건 나중 얘기. ▲가 놓이면서 바둑은 일단 흑의 독무대로 변한다.

58로 단점을 ‘땜질’한 뒤 60, 62로 일단 잡으러 가는 자세를 취했다. 패(覇)로 가는 코스다. 한 가지 의문은 62로 63 자리에 먼저 두면 하변 흑을 패없이 잡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것. 그것이 참고도인데, 그러나 이 진행은 정답이 못 된다. 수상전 자체도 만만치 않거니와 흑 A로 씌움 당하면 잡더라도 괴롭다. 중앙이 시커메져선 이리(패)를 피하려다 호랑이와 마주치는 격이 될 테니까.

패싸움이 시작됐다. 백의 부담이 훨씬 더 큰 패다. 백은 72 같은 손해 팻감을 써야 하는 반면 흑 75는 자체로 짭짤히 챙기면서 팻감으로 쓰고 있다. 백의 이 같은 ‘딱한 처지’는 한 동안 더 계속된다. (68 74…60, 7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