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스테이지] 약도 되고 독도 되는 '관객 환호'

공연은 배우와 관객의 예술이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살아있는 몸짓을 눈앞에서 보며 환호한다. 배우들은 관객을 보며 힘을 얻는다. 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 주역을 맡았던 김도현은 "무대에 서면 관객들의 눈빛 하나, 호흡 하나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때의 긴장감, 전율을 탤런트나 영화배우는 절대 모를 것이다. 그 맛에 무대에 선다"고 말한다.

관객도 공연의 일부다. 그러나 관객들의 수준과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장르에 따라서도 다르다.

클래식 공연에서는 박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언제 박수쳐야 할 지 몰라서다. 그래서 '안다 박수'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연주가 끝났음을 안다는 걸 뽐내려는 사람들이 치는 박수다. 클래식 공연장 꼴불견 중 하나다. 뮤지컬은 클래식과 반대다. 공연 도중에 배우들이 멋진 노래와 춤을 선보이면, 관객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샤롯데극장에서 장기공연 중인 '라이온 킹.' 가족 뮤지컬을 표방한 '라이온 킹'의 객석은 시끌벅적하다. 3세 이상 입장이 가능한 탓에 꼬마 관객들이 많다. 반응도 즉각적이다. 삼촌인 스카가 형이자 왕인 무파사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이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꼬마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안돼"를 외치고, "왕이 죽어서 너무 슬프다"고 눈물짓는다. 2부에서 복수를 하기 위해 찾아온 심바에게 스카가 "누가 무파사를 죽였지?" 하고 묻는 장면에서는 "네가 죽였잖아"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조용한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최사인 시키씨어터컴퍼니의 박진희 홍보팀장은 "작품의 특성상 꼬마 관객들의 생생한 반응은 오히려 극에 활력이 된다. 배우들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관객들의 환호가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끝난 연극 '갈매기'의 첫 공연이 열렸던 지난 15일. 공연장인 LG아트센터에서는 20대의 관객들이 앞자리에 몰려앉아 시도때도 없이 박수를 치고 웃고 떠들어 다른 관객들의 눈총을 받았다. 교수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온 대학생들로 보였는데, "연극 지식보다 관람 에티켓부터 먼저 배워야겠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렇다고 '침묵이 금'은 아니다. 지난 2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끝난 뮤지컬 '맘마미아.' 아바의 신나는 노래가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런데 다소 황당한 해프닝이 있었다. 1부가 끝난 뒤 한 관객이 극장 관계자에게 "관객들이 너무 시끄럽다. 주의를 주라"고 요구한 것이다. 연극 '졸업'에서는 늦게 입장한 40대 여성관객이 배우 김지숙씨가 가슴을 노출하는 연기를 놓치자 "에이, 본전도 못뽑았네"라고 한숨 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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