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잡고 망하다

〈제6보〉(76~87)=홍민표의 기풍은 ‘잡초류’로 분류된다. ‘잡초’란 생명력이 끈질기고 여간해선 잘 안 무너진다는 의미. 초 중 종반에서 고루 강한 힘을 발휘하며 끈적끈적하게 버텨내는 유형으로, 서봉수나 한창 시절의 강훈 등이 여기에 속한다. 홍민표의 경우는 아직 형성 단계여서 앞으로도 발전할 소지가 크다는 평가.

76이 불가피할 때 77로 따내 패(覇)가 계속된다. 뒤이은 78이 다시 엄청난 악수 팻감. 이런 수들을 남발하다 보면 패를 이겨도 ‘적자’를 보기 십상이다. 81, 83에 더는 못 받고 하변 패를 해소했다. 좌상귀 응수를 시작하면 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 84로는 참고도의 처리도 일책인데, 하중앙 백을 빨리 수습해 우변 흑진의 비대화를 예방하는 것이 승부다.

하변 흑을 잡은 백진의 크기는 42집 정도. 만약 외곽을 봉쇄당해 놓고 따내야 할 경우엔 36집 정도로 축소될 것이다. 갖은 손해를 다 보고 얻은 수확치곤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나저나 이제는 좌상귀가 문제. 흑은 87의 양 단수를 들고 나왔다. 이곳은 어찌되나? (80…△, 8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