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승부 感覺

〈제7보〉(87~108)=대만 바둑잡지 여기자 정수칭(鄭淑卿·41)씨가 프로들의 검토를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알고 보니 일본기원 소속 왕밍완(王銘琬) 九단의 누이란다. 4남 1녀 중 남자 형제 셋이 일본서 활약 중인데, 왕밍완은 양자로 입적하면서 다른 성을 쓰게 됐다. 정수칭 자신도 6년 간 일본기원 연구생을 지냈지만 끝내 입단은 못했다고.

87은 형세를 낙관해 쉬운 길을 택한 것인데 참고 1도의 진행도 가능했다. 아무튼 90까지 선수(先手)하고 91, 93을 거쳐 95로 ‘말뚝’을 박아선 흑의 필승지세. 백은 96으로 척후병을 띄운다. 98로 막아서면 ‘가’로 침입, 죽기살기 식 게릴라전을 펴겠다는 뜻이다.

숙고하던 흑이 97이란 강수를 들고나온다. 하변 백을 역 포위하면서 중원을 정비하겠다는 전략. 저우 九단의 승부감각이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은 98의 삭감을 얻어낸 대신 ‘가’의 침입은 무산됐다. 백은 100, 102로 나가 끊어 어떻게든 전단을 마련해야 할 입장. 흑도 최강으로 맞받아쳐 중원이 험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