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토기와 거북이

〈제10보〉(137~155)=오후 대국 재개 직후의 나른한 시간. 인터넷 해설을 맡은 박정상 九단이 잠시 중국 바둑 사이트에 들어가더니 탄성을 지른다. LG배 준결승 관련 기사가 벌써 10개도 넘게 떴다는 것. 한국 사이트엔 아직 3~4개뿐이다. 하지만 중국의 진짜 바둑 열기를 느끼려면 큰 대회 끝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봐야 한다. 1백명에 가까운 보도진이 다투어 들이닥치는 모습은 호우(豪雨) 뒤 둑 무너지는 광경에나 비유할 수 있을까.

△로 맞 끊어온 장면. 여기서 137로 뻗은 수가 정답이다. 참고도 1, 3으로 저항했다간 8까지 우변이 대파된다. 백도 차단당하면 안 되므로 138은 정수. 139부터 148까지의 수순은 음미할 만하다. 흑이 선수(先手)로 우변을 넘어간 것. 하지만 백은 6집이나 내고 완생했고 우변도 볼 품 없이 찌그러져 백 만족의 결말이다.

이제 형세는 미세하나마 백이 역전 우세를 잡은 느낌. 거북이가 마침내 토끼를 앞질렀다. 바로 이것이 끊어질 듯 무너질 듯 끈덕지게 따라가는 ‘홍민표 류’의 전형이랄까. 149, 153 선수 후 155로 두텁게 틀어막았다. 백의 마무리 솜씨를 감상할 차례가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