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사라진 여신

〈제13보〉(196~255)=흑 ▲때 백이 197로 이을 수 있다면 중앙 흑을 계속 추궁하며 재 반전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불가능하다. 참고 1도 2 이하의 수줄임으로 흑이 먼저 따내는 선패(先覇)가 되는 것. 그러고도 196부터 부지런히 조여야 하는 신세가 안타깝다. 초반에 포획한 하변 흑 10여 점이 끝까지 소화되지 않은 채 목에 걸린 모습.

어느 새 칼자루를 바꿔 쥔 흑은 225로 양보(?)했고, 226으로 때려내 하변 흑 15점은 비로소 식도(食道)를 타고 내려갔다. 하지만 전투에서 이긴들 전쟁에서 패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잠시 윙크를 던졌던 승리의 여신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종국(終局) 직전에 놓인 254는 마지막 실수. 참고 2도의 수순이 1집 득이다.

아주 간단한 수순마저 놓친 걸 보면 백은 이미 전의(戰意)를 상실했다. 그 실수가 승부를 결정하지 않았음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255수만에 바둑이 끝나고 계가한 결과 흑의 9집 승, 덤을 제하고 2집 반을 남기고 있었다. (204 212 218 224…△, 209 215 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