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필승카드

〈제1보〉(1~20)=3월 19일 서머셋 팰리스 호텔. 마침내 결승전이다. 큰 승부에서 돌 가리기는 기선 제압을 위한 전초전에 해당한다. 이 판처럼 흑 백에 대한 호오(好惡)가 분명한 대국자들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홀수를 맞춘 후야오위가 백을 택하자 저우의 입가에 미소가 스친다. 저우는 덤 7집 반의 중국 룰 아래서도 흑을 원할 정도의 ‘흑번 매니아’다. 쌍방 모두 만족하는 돌 가리기란 흔치 않다.

1, 3, 5가 순식간에 놓였다. 홍민표와의 준결승에 이어 또 다시 뽑아든 저우쥔쉰의 ‘필승 카드’다. 3분 여의 첫 장고 끝에 6쪽에서 걸쳤다. 속기파 저우쥔쉰이 9의 평범한 수에 11분이나 쓴 것은 이례적이다. 포석의 갈림길이라고 본 것. 첫 세계 제패를 향한 염원, 그것을 향한 신중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결국 16까지 흔히 보는 정석으로 판의 골격이 완성됐다. 좌하귀 19까지도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흐름. 두 기사 모두 가드를 완강히 모으고 탐색에 여념이 없더니 20에서 첫 잽이 등장한다. 상변 백진을 의식한 적극 수법. ‘상식’을 계속했다면 아마도 참고도였을 것이다. 흑의 카운터블로는 어떤 각도에서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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