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정도가 심하다. 개봉 첫 주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한국영화는 지난해 말 개봉된 '조폭 마누라3' 이후 아예 명맥이 끊겼다.
최근엔 차승원 송강호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잇따라 컴백 신고를 했음에도, 극장가는 좀체 달아오를 기미가 없다. 과연 한국영화가 이같은 침체기를 겪는 이유는 뭘까.
주요 3개 투자-배급사(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체질 진단과 함께, 극장 서비스에는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지 등에 대해 한 번 짚어봤다. < 편집자 주>
지난해 충무로는 '기회의 땅'이었다. 감독도 배우도 웬만하면 엔딩 크레딧에 한두번씩 이름을 올려봤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운 시기를 겪고 있다.
올들어 개봉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인 '그놈 목소리'가 관객수 300만명을 겨우 넘긴 가운데, 시쳇말로 '본전도 못 건지고' 수명을 다하는 영화가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같은 위기가 갑자기 들이닥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올시다'다. 이미 지난해 영화 관계자들은 올해를 걱정했고, 그 이유는 각종 기록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계는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허약한 체질구조를 보여줬다.
지난해 제작된 한국영화는 총 118편. 이는 지난 91년 이후 최대치였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64.2%까지 치솟았고, 전국 극장 매출액 역시 1조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제작비 역시 터무니없이 상승했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40.2억원. 그나마 108편의 개봉작 중 10억 미만의 작품 25편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의 평균 제작비는 51억1000만원(순제작비 32억7000만원, 마케팅비 18억4000만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수익을 올린 작품은 얼마 되지 않았다. 40억원짜리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130만명을 넘긴 영화는 고작 22편에 불과했다. 80%가 넘는 작품들이 모조리 '망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 수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류 붐을 타고 2005년 총 7599만4580달러(약 700억원)까지 기록했던 한국영화 수출총액은 지난해 무려 67.7%나 감소한 2451만4728달러(약 225억원)에 그쳤다. 결국 안에서부터 누렇게 곪아들어간 상처가 올 들어 터지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치닫자 영화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새로 취임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차승재 회장은 "일본 시장 축소, 편당 제작비 증가, 감독 배우의 개런티 상승 등이 복합돼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 모두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취임 일성을 드높였으며, 김기덕 감독은 "편당 평균 제작비를 20억원 이하로 낮춰야 한국영화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강우석 장진 김유진 한지승 권칠인 정지우 등 충무로의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여 "좋은 영화를 만들어 한국영화를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분명 예전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제 곧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공습이 시작된다. 이미 그로키 상태에 빠진 한국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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