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물병·약장·사슴뿔 장기알… 양반 가구전

목각 외기러기는 조선시대 혼례 때 신랑이 두 손에 소중하게 들고 가 장모에게 바치던 물건이었다. 짝을 잃으면 평생 혼자 살며 슬퍼하고 때론 먹지 않아 굶어 죽기까지 한다는 기러기에 ‘아내를 향한 일편단심’을 담았다. 옛 양반가구 중엔 약장도 꽤 있다. 가족이 아플 때마다 일일이 의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가장은 기본적인 약 조제법을 공부했으며 집에는 자그마한 약장을 하나씩 두었다. 최근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도 조선시대 약장을 본뜬 모양의 현대식 약장을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고도사(古都舍)에서 20일부터 열리는 ‘조선왕실·양반가구 특별전’에는 옛 사람들의 정성과 멋이 들어간 가구와 물건이 가득하다. 종이물병인 ‘지승호리병’은 헌 종이를 단단하게 말아 옻칠을 해 만든 것으로 완벽하게 방수가 된다. 사슴뿔을 크기 별로 잘라낸 뒤 속을 파내고 나무를 박아 넣은 장기알 등에서 조상들의 재치가 보인다. 특히 조선왕실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궁중삿자리삼층주칠책장’과 ‘홍칠이층책장’이 나와 관심을 끈다. ‘궁중삿자리삼층주칠책장’은 대나무를 쪼개 붙여 장식했고 책장 다리 부분에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는 용의 머리를 양쪽으로 조각했다. 전시를 기획한 고도사의 김필환 대표는 “용 문양은 조선왕실에서 사용하던 것이라는 암시”라고 했다. ▶20일~5월 20일 고도사에서. (02)735-5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