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빅 딜 以後

〈제8보〉(118~130)=후야오위는 이번 대회에서 시종 개성이 뚜렷한 바둑을 보여주었다. 서둘지 않고 두텁게 따라가며 기회를 보는 게 그의 기풍이다. 이런 타입은 대개가 속기(速棋)보다는 장고형이 많고 흑보다는 백을 선호한다. 공격보다 수비형일 확률도 월등히 높다. 후야오위를 유심히 지켜보던 모 중견 프로는 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규정했다.

흑이 ▲로 끊어온 장면. 백이 ‘가’로 받으면 참고도 8의 절단이 있어 흑의 꽃놀이 패가 발생한다. 그래서 뒤늦게 118인데, 이 때 119로 함께 단수쳐 간 수가 정확했다. 122까지 꽤 큰 바꿔치기가 이뤄진 것. 백이 크게 득 본 것 같지만 ‘나’와 ‘다’가 맞보기로 남아 125 시점에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는 게 중론. 흑의 냉정한 형세판단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백은 마지막 1분 초읽기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열세를 뒤집는 데는 판을 최대한 헝클어 변화를 도모하는 게 요령. ‘나’의 큰 곳을 외면하고 130으로 달린 것도 그런 뜻이다. 유리한 바둑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기술. 이제부터는 그 요령에 대한 저우 九단의 ‘특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