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선 못본 그림·이야기 보게될 것”

다음 주 수요일(25일)이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3인의 스타가 마침내 한자리에 모여 촬영을 시작하는 날은. 이 세 배우의 캐스팅만으로도 충무로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43) 감독을 만났다.

“감독 이전에 한 사람의 영화 팬으로서 순수한 욕심이 있었어요. ‘오션스 일레븐’(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스타들의 종합선물 세트 같은 오락영화)처럼 기막힌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영화가 우리나라에는 왜 없을까. 내 세대에 한 번쯤 이런 영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욕심. 흥행 야심은 둘째로 치고 말이죠.”

청산유수 같은 그의 캐스팅 변(辯)을 듣고 있자니,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관객 입장에서야 고마운 일이지만, 캐스팅 이후에는 솔직히 머리에 ‘쥐’가 나는 일이 아니었을까. 자기 자신을 하나의 우주로 ‘확신’하는 스타들의 평소 스타일을 떠올려보면, 이 세 우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세 배우와 모두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지만, 이 시점에서 그의 말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고민 끝에 김 감독이 고른 비유는 이렇다. 이병헌은 ‘한국에서 제일 꼬치꼬치 캐묻는 배우’, 송강호는 ‘아시다시피 한국의 괴물배우’, 정우성은 ‘감독 지망생’. “당연히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캐릭터를 납득해야 연기가 가능한 건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이병헌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유별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인지를 묻자, 김 감독은 “이거 병헌이가 들으면 삐칠지도 모르는데…”라면서도 “예를 들어 4월 1일에 캐릭터를 납득시켰잖아요? 그런데 3일에 전화가 와요. 납득 못하겠다고. 그래서 다음날 겨우 납득시켜 눌러 앉히잖아요? 그러면 5일에 이런 부분이 또 이상하다고 연락이 오는 거예요”라며 웃었다. 문득 미안해진 듯 “그만큼 자기 연기에 집요하다는 뜻”이라고 사족을 덧붙이면서.

얼마 전 영화 촬영에 앞서 고사(告祀)를 지내는 자리. 사회자가 이 세 명의 스타를 가리키며 “이 세 분을 한자리에 모실 수 있으리라고는 정말 몰랐다”고 인사말을 꺼냈단다. 김 감독은 “내가 정말 엄청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부담을 처음 느꼈다고 했다. 서로를 형님·동생으로 호칭하면서도(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순이다) 어쩔 수 없이 느끼는 묘한 긴장감. 고사를 지낸 뒤 영화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뒤풀이에서 흥겹게 술을 마시며 자리를 옮기다가 처음으로 김 감독을 포함한 네 명이 한 상에 모여 앉게 됐단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 설명이 불가능한 이상 야릇해진 분위기. 그때 뒤늦게 도착한 이유진 PD(‘그 놈 목소리’의 영화사 집 대표)가 김 감독에게 “뿌듯하지?”라고 인사말을 던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폭소를 터뜨렸단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을 기대감이 나 스스로를 흥분시킨다”면서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림과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겠다”고 기염을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