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한 ‘한국 비보이들’ 런던을 사로잡다

한국 비보이(브레이크 댄서)들이 댄스 코미디 ‘피크닉’(영국 작품명 ‘브레이크 아웃’)으로 영국 팬들을 사로잡았다.

비언어극 ‘피크닉’은 무술 코믹물 ‘점프’의 제작자인 김경훈(예감 대표)과 연출가 백원길 씨가 손을 잡고 내놓은 신작(新作). 이례적으로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세계 초연을 감행했다.

공연 둘째날인 20일 저녁(현지시각) 런던 피콕 극장에선 비보이의 춤과 코믹 연기에 900여명의 관객들이 열광했다. 감옥에 갇힌 5명의 죄수(비보이)들이 자유를 찾아 탈옥해 병원, 수녀원 등으로 옮겨 다니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작품이다.

자동차 위에서 한 손에 의지해 공중회전을 하는 등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가 펼쳐질 땐 객석에서 갈채를 보냈다.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코믹 연기엔 폭소가 터졌다. 배우들이 얼굴에 작은 인형 몸통을 붙이고 나와 무대 벽 쪽에 그려진 땅굴을 헤매는 탈옥 장면에선 귀엽고 코믹한 연기에 관중들이 박수를 치며 배꼽을 잡았다. 탈주를 위해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무대를 옮기는가 하면, 관객을 즉흥적으로 무대 위로 올려 극에 참여시키는 등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장면도 담았다.

처음과 끝나는 장면에선 브레이크 댄스를 코믹하게 접목시킨 영상물이 등장했다. 도입 부분에선 로마시대 검투사들이 칼을 겨누다 말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장면 등이 나오고, 중국 소림사의 주지스님과 승려들이 무술 대신 브레이크 댄스를 추면서 막을 내린다.

특히 거대한 책 모양의 무대장치를 이용해 책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전개한 장면 전환은 형무소→탈주 땅굴 도면→병원→수녀원 등으로 바뀔 때마다 호기심을 이끌었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잇따른 앙코르 요청에 비보이들은 두 차례 무대로 나갔다. 관객들은 물구나무 서서 연속 공중회전, 한 손 짚고 공중 가부좌 틀어 회전하기 등에 다시 환호했다.

관객 테레사 마타(Ma ta)씨는 “스토리 전개가 단순하고 코믹해 흥미진진했다”며 “특히 배우들의 춤은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안드리아 비질(Vigille)씨는 “브레이크 댄스가 코미디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며 “익살스런 연기에 함께 온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알리스테어 스폴딩(Spalding) 피콕 극장장은 “작품을 좀 더 다듬으면 ‘점프’ 못지 않게 크게 흥행할 것”이라고 호평했다.

피크닉은 22일까지 영국 초연을 마친 뒤 5월 24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국내 첫 공연을 시작한다. 오는 8월에는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