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紅面棋王

〈제10보〉(140~171)=저우쥔쉰은 얼굴 오른쪽 절반에 선천성 홍반(紅斑)을 갖고 있다. 이마에서 코, 목에 이르기까지 마치 화상을 입은 듯 붉다. 어린 시절엔 콤플렉스 때문에 등교를 자주 걸렀지만 이게 오히려 바둑에 정진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대만 바둑계를 석권했고, 초등학교 교과서엔 ‘홍면기왕(紅面棋王)’이란 별명과 함께 그의 스토리가 실렸다. 신(神)은 얼마나 공평한가.

 

140은 억울하지만 정수. 발끈해 165로 젖히면 참고 1도 10까지 백이 걸려든다. 이후는 A와 B가 맞보기. 백 C의 젖힘은 흑 D의 꼬부림이 있어 역시 견딜 수 없다. 145는 148 자리에 선수할 수 있었으나 대차(大差)여서 쉽게 둔 것. 부자의 포만감이다.

169가 또 한 번 신경을 긁는다. 이 수로도 ‘가’는 참고 2도의 수순으로 중앙이 폐허가 된다. 170으로 물러서자 이번엔 171이 얄미운 선수. 관전하던 이영구 六단이 “돌을 거둬도 무방한 형세”라며 웃는다. 집 차가 엄청 벌어졌다는 것. 하지만 후야오위는 꿋꿋이(?) 반전의 기회를 찾아 전국을 유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