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예선 “18대1을 뚫어라”

프로 기사들에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 주최)은 ‘꿈의 무대’로 불린다. 연례 세계대회 중 최대인 2억5000만원의 우승 상금이 걸려있는데다, 누구나 통합 예선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야망을 펼칠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회는 주최국인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 기사들에게도 해당된다.

대망의 제12회 LG배의 통합 예선이 23일 한국기원에서 막을 올렸다. 출전자가 무려 288명으로 국제대회 사상 최대 규모. 지난 해까지 외국 기사들에게 적용했던 국가별 출전자 제한이 일부 풀린 덕이다. 30명만 출전이 가능했던 일본은 대거 48명이 참가했고 중국도 6명이 늘어난 36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숙식비 자비 부담으로 초반 탈락하면 본전도 못 찾는(?) 방식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열기다.

출전자 수를 제한 받지 않아온 한국마저 지난 해의 184명을 넘어선 192명이 참가 신청을 냈다. 시드(자동출전권)자 6명, 입대 기사 7명을 빼면 국내 프로 215명 중 순수 불참자 수는 10여명에 불과하다. 우승자를 좁혀가는 본선 토너가 최강 가리기 과정이라면, 통합 예선은 동양 4강 프로 바둑계 저변(底邊)층의 실력을 비교해볼 좋은 기회다.

통합 예선제 도입 이후 2년 동안 한국은 연 인원 336명이 출전, 12명이 혈로를 뚫어 3.3%의 본선 진출률을 보였다. 중국이 25%로 가장 높고 일본(6.7%), 대만(4.8%)의 순. 한국의 생존율은 왜 이렇게 낮을까. 주최국으로 A급 기사들의 시드 배정 수가 많은 데다 비용 부담이 없어 거의 전 기사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전체 저변에서 중국에 뒤처졌다는 방증이란 진단도 있다. 통합예선에 걸린 본선 티켓 수는 올해도 전체 32장의 절반인 16장으로, 정확히 18대1의 경쟁률이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아마추어의 본선 진입이 사상 처음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 통합 예선 첫해였던 2005년엔 아마 대표 4명 전원이 초반 탈락했고, 2006년엔 2명이 예선 조 4강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화재배 역시 2명의 아마가 조 결승까지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올해는 강창배 김종해 윤호선 함영우 등 4명의 아마가 사상 첫 본선 상륙을 노크한다.

통합 예선에 참가한 강자들 중엔 목진석과 위빈이 A조에, 유창혁 치우쥔 천야오예가 G조, 뤄시허 백홍석 셰허가 H조에 속해 있다. 또 이야마 최원용 M조, 왕시 홍민표 쿵제 N조, 안조영 야마다는 O조에 각각 배치됐다. 본선 진입이 확정된 시드 멤버는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조한승 박정상 등 한국 기사 6명과 전기 결승 진출자인 대만 저우쥔쉰(周俊勳) 및 중국 후야오위(胡耀宇) 등 8명. 나머지 국가 시드 8명(중국 3명, 일본 4명, 대만 1명) 명단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본선은 6월 초 서울에서 개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