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 먹은 칸 거장들의 잔칫상

단지 두 편의 한국영화(이창동의 ‘밀양’, 김기덕의 ‘숨’)가 경쟁부문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60회를 맞이한 올해 칸(5월16~27일)의 상차림에는 일찌감치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왔다. 지난 주말(19일) 마침내 공개된 2007년 칸의 리스트는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작품들로 빼곡하다. 그리고 60회를 위해 준비한 풍성한 주변 행사들은 이 영화제가 왜 세계 최고인지를 입증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르 클레지오, 마틴 스코세지, 그리고 35인의 거장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르 클레지오가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칸 60회 기념서적 ‘발라시네’(Balaciner:산책이란 뜻의 불어 발라드와 시네마의 조합)를 5월 10일 출간한다. 전 세계 감독들과 클레지오의 대화로, 그는 한국 감독으로 포함된 이창동·박찬욱·이정향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었다.

올해 칸의 특별 손님은 ‘디파티드’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마틴 스코세지. 고전영화의 복원과 보존을 위한 ‘세계영화재단’의 창립을 영화제에서 발표하며, 60주년 특별 마스터 클래스 강연도 맡았다. 또 60주년 기념 옴니버스 영화 ‘그에게 그의 영화를’(To Each His Own Cinema)도 20일 상영된다. ‘극장’을 주제로 한 이 2~3분짜리 단편영화 모음에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빔 벤더스, 기타노 다케시를 비롯,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자 등 35명이 참여했다.

▲칸이 사랑한 감독, 칸이 사랑할 감독

4와 13. 경쟁부문에 초청된 22편의 작품 중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이미 받았던 감독의 숫자와, 올해 처음으로 초대된 감독들의 숫자다. 질 자콥 집행위원장은 “전통과 현대성의 조화, 거장과 신인의 융합”으로 올해의 특징을 요약했다.

우선 거장들의 귀환부터. 에밀 쿠스트리차(2회 수상: ‘아빠는 출장중’·1985, ‘언더그라운드’·1995)는‘약속해줘’, 쿠엔틴 타란티노(‘펄프 픽션’·1994)는 자동차를 주인공으로 한 독특한 액션·공포 영화 ‘데스 프루프’(Death Proof)로 또 한 번의 영광을 꿈꾼다. ‘proof’의 이중적 의미를 교묘히 이용, “사고 나도 안 죽어요”와 “이 차에만 타면 사망 보장”이라는 상반된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코엔 형제(‘바톤 핑크’·1991)는 ‘노인에게 나라는 없다’로, 구스 반 산트(‘엘리펀트’·2003)는 ‘패러노이드 파크’로 돌아왔다.

칸의 신인이라 해도, 관객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다. 데이비드 핀처(‘파이트 클럽’)는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피로 물들였던 연쇄살인범의 이야기 ‘조디악’으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던 터키의 파티 아킨(‘미치고 싶을 때’)은 ‘천국의 언저리’로 칸의 문을 노크한다. 부산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한 마디로 거장들의 향연”이라고 압축했다.

▲미국·프랑스의 약진과 주춤하는 아시아

영화제 예술감독 티에리 프리모는 “갈수록 영화의 국적을 말하기가 어려워진다”고 고백했지만, 그래도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의 국적은 언제나 관심거리. 올해는 미국과 주최국인 프랑스가 각각 5편으로 가장 많다. 미국에서는 타란티노, 코엔 형제, 반 산트, 핀처 이외에도 미 독립영화계의 기수인 제임스 그레이가 포함됐다. 전주영화제 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는 “이 다섯 명 모두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두 편을 제외하면 아시아 영화는 개막작인 중국 왕가위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트’와 일본 카와세 나오미의 ‘모가리의 숲’ 등 2편. 올해 일본 영화는 전 섹션을 통틀어 나오미의 작품이 유일하다. 또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영화감독 스테판 프리어스(‘더 퀸’)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만, 올해 영국 영화는 한 편도 없다.

▲스타와 유명감독들의 안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화제의 감독과 할리우드 스타는 비경쟁 부문으로 초대됐다. 논쟁의 감독인 마이클 무어(‘볼링 포 컬럼바인’)는 미국 의료보험에 직격탄을 퍼부은 다큐멘터리 ‘씨코’(Sicko)를, 마이클 윈터바텀(‘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마이티 하트’(A Mighty Heart)를 들고 칸을 찾는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인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13’도 포함됐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등이 올해의 칸을 빛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