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저우쥔쉰 先勝

〈총보〉(1~205)=결승을 앞둔 예상은 대만이 중국을 꺾기엔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쪽이었는데, 첫 뚜껑을 열자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저우쥔쉰은 자유롭고 분방한 운석(運石)으로 ‘대륙의 황태자’ 후야오위를 시원하게 꺾어버렸다. 백은 66으로 천원 자리에 나와 끊어야 했고, 74로도 참고도처럼 먼저 파호(破戶) 후 공격해야 했다. 단 두 차례 찾아온 기회를 놓치면서 바둑은 흑의 일방적 우세로 시종했다.

종국(終局) 후 인터뷰 때 후야오위는 불참했다. 기자 수십 명이 진을 치는 중국의 바둑 문화로 볼 때 그의 회견 보이콧은 이례적이었다. 어지간히 충격이 컸었다는 방증. 저우쥔쉰은 “아직도 후야오위가 나보다 더 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간을 47분이나 남긴데 대한 질문엔 “상대가 생각하는 동안 나도 생각한 결과”라며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승부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불과 이틀 뒤 그 자신이 눈물을 떨구며 회견을 거부할 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136…77, 147…80, 205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