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러 갈까? ‘행복한 고민’

식물들이 봄을 퍼 올리느라 바쁜 이 무렵 극장엔 가족공연(혹은 어린이공연)이 피어난다. 푸른 달 5월을 앞두고 열리는 아이들 시즌이다. 그런데 부모들은 괴롭다. 어느 공연을 고르지? 리투아니아의 유명한 연출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Korsunovas)는 “아이는 젓가락에서 비행기를 보기도 한다. 좋은 연극은 무대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펼쳐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가족공연 세 편을 가려 뽑았다.

◆연극 ‘휴먼 코메디’

막을 여는 이야기는 ‘가족’. 집 떠나는 아들과 식구들의 이별 순간을 포착한다. 이별을 압축하는 단어는 사진과 음식, 이름이다. 가족 사진을 찍고, 마지막 식사를 하고,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짓는 과정이 우울하면서도 희극적이다. 떠난 아들은 죽어 돌아오지만, 객석이 훌쩍일 때 무대는 말한다. “너무 슬퍼 마세요. 조금 있으면 또 다른 역으로 나오니까.” 대사는 거의 없지만 초등학생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즐거워할 연극이다. 감자 한 알을 놓고 벌이는 소동, 자연스러운 엇박자의 묘미, 순식간에 가면을 갈아 쓰며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본능적 몸부림으로 속을 채웠다. 잠깐의 고요, 진공상태가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무용 ‘흩어진 군중’

꽉 짜인 드라마가 싫다면, 그리고 아이 손잡고 움직이며 예술을 만나고 싶다면 추천한다. 세계적인 발레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가 제1회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www.springwave.org)에 가져온 ‘흩어진 군중’은 서울 로댕갤러리를 6500개의 하얀 풍선으로 채운다. 풍선은 어른·아이 가리지 않고 마음을 흔든다. 유동적인 삶을 빗대 만들었다는 이 작품(공간) 안에서 관람객은 풍선을 건드리고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안무 체험이다.



◆뮤지컬 ‘달려라 하니’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의 주제곡은 80년대 말 초등학생·중학생이었던 이들에겐 아득한 메아리 같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튀어나와 방송국으로 달려갔던 악바리 소녀 하니가 이번엔 뮤지컬 무대로 질주한다. 입은 다물고 눈은 부릅뜬 채 달렸던 하니는 여러 차례 재방송돼 요즘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캐릭터다. 지난해 ‘애니’로 제작력을 보여준 서울시뮤지컬단이 공연한다. 신인 이찬미가 하니로 뽑혔고 ‘출산드라’ 김현숙이 고은애를 연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