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벅꾸벅’ 졸음 없는 클래식 무대

할아버지가 말리는데도 소년 피터는 자꾸 담장 밖으로 나가고 싶다. 집 밖에선 늑대가 피터의 친구인 오리를 집어삼키지만, 소년의 기지로 늑대를 사로잡는다. 늑대가 서둘러 삼키는 바람에 늑대의 뱃속에서는 오리 울음 소리가 들린다. 사냥꾼이 총으로 늑대를 쏘려 하지만, 피터는 말리고 동물원으로 보낸다.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1891~1953)가 어린이를 위해서 쓴 관현악곡 ‘피터와 늑대’는 5월에 가장 사랑 받는 클래식 음악이다.

피터는 현악 합주, 할아버지는 바순, 늑대는 호른, 오리는 오보에, 고양이는 클라리넷, 사냥꾼은 팀파니 등으로 각각 표현해서 악기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다 인기 해설자의 나레이션이 붙는 경우가 많다.

다음달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어린이 음악회에서는 탤런트 신애라씨의 해설과 진행으로 이 곡이 연주된다. 등장 인물과 악기를 먼저 소개한 뒤, 신애라씨가 음악 사이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택주 지휘의 강남 심포니가 연주를 맡는다.

곧이어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개그맨 김태균씨(사진)의 해설로 서울시향이 같은 곡을 들려준다. 클라리넷 연주자로 유명하며 최근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영입된 폴 메이어가 지휘를 맡는다. 남성과 여성 진행자의 해설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외국에선 팝스타 스팅이 나레이션을 맡고 베를린 필의 전(前) 음악 감독인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음반(DG)과 ‘청소년 음악회’의 명(名) 진행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와 해설을 모두 맡은 음반(소니BMG)이 모두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월레스와 그로밋’과 같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 방식으로 ‘피터와 늑대’를 보여주면서 음악을 함께 들려주는 DVD 영상물(태원엔터테인먼트)도 소개됐다.

인형으로 만든 등장 인물을 움직인 뒤 촬영하는 과정을 매초 25차례 가량 되풀이하는 방식이다.

오케스트라 음악과 등장 인물의 동작이 마치 영화 사운드트랙처럼 맞아떨어지는 재미가 있다.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다.

21세기의 클래식 음악 교육 방식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걸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자료다. 공연 전에 ‘사전 학습용’으로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