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實驗정신

〈제1보〉(1~17)=승부의 묘미는 ‘질서’와 대칭점에 자리한다. 예상이 깨질 때 보는 즐거움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검토실이 마치 새벽녘 어시장처럼 활기에 넘친다. 우세가 점쳐지던 선수(top dog)가 무난하게 이겼더라면 이 같은 관심은 없었을 것이다. 대만 기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만 중앙통신사 서울 상주특파원이라는 치앙유안첸(姜遠珍·52) 기자는 “본국에서 난리가 났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뛰어다닌다.

6으로는 8에 두어 벌림 겸 협공 자세를 취하는 작전도 유력했다는 이론. 다만 좌변에 편재될 위험은 각오해야 한다. 7을 기다려 결국 8에 왔다. 흑은 12까지를 응수시킨 뒤 13으로 고압 전술을 들고나온다. 17까지는 흔히 보지 못하던 의욕적인 수법. 포석의 갈림길에서 이리저리 놓아보던 프로들로부터 감탄사가 터진다.

17은 일단 평소 후야오위의 기풍과는 상반된다는 느낌. 참고도처럼 두는 쪽이 전체적으로 단단한 포진이며 그다웠으리란 얘기가 나왔다. 3번기 첫 판을 지는 바람에 곧바로 ‘막판’에 몰린 후야오위로선 대단한 배짱과 자신감이다. 1국과는 반대로 저우 九단이 초반부터 시간을 물쓰듯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