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전선 이동

〈제5보〉(67~83)=곧바로 대량 학살이 이뤄질 것 같던 좌상귀 접전이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대마는 이제 완전히 산 것일까. 최규병 九단은 “거의 살아있지만 아직 완생(完生)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모습”이라며 웃는다. 흑으로선 여전히 부담을 안은 채 바둑을 꾸려가야 한다는 설명. 바로 그 점 때문에 백은 집 수에서 뒤지고 있어도 즐거움이 많아 보인다.

백 △의 고압전술에 흑도 67, 69로 즉각 끊고 나왔다. 좌상귀에 이어 반대쪽 코너에서 다시 치열한 힘겨룸이 시작됐다. 73까지는 정석의 한 갈래. 74 때 흑은 참고도처럼 두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으나 ‘우변이 생각보다 엷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2로 3은 흑 A로 백의 대 손해). 76부터 80까지는 흑의 외곽에 단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81도 까다롭다. 이 수로 ‘가’에 이으면 중앙이 강화되는 대신 우변의 진지화는 기대할 수 없다. 하변 백의 발전성이 대단치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백도 82는 일단 최강의 버팀수. 흑은 중앙 접근전을 일단 뒤로 미루고 83으로 우변부터 챙긴다. 치열한 승부호흡 속에 바둑은 중반의 난소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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