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일단 우세

〈제6보〉(84~97)=창 밖으로 부슬비가 내린다. 초봄이라지만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 하지만 오후부터 저우는 커다란 몸짓으로 부채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하긴 한겨울에 벌어진 준결승 때도 땀을 비 오듯 흘리던 그다. 후야오위 옆에 놓인 앙증맞은 초콜릿 서너 알. 대국자들이 풀어 놓은 손목시계가 주인 지키는 파수병처럼 째깍거리며 돌고 있다.

84 걸쳤을 때 85는 문제수. 참고 1도 6까지 하변을 정비하는 게 먼저였다. 이 수순을 빠뜨리는 바람에 89까지 요석(要石) 두 점을 선수로 잃은 게 뼈아팠다. 이것으로 백 우세의 국면. 사기가 오른 백은 90으로 좌변 흑을 은근히 위협하며 상변을 보강한다. 91로 때렸어도 외곽이 봉쇄되면 이 대마는 아직도 패(覇)다.

92의 응수타진 때 참고 2도 1은 8까지 요리조리 활용당한다. 그러나 94는 악수. 이 수로 96에 두고 흑 ‘가’ 때 ‘나’로 지켰으면 백의 넉넉한 우세가 지속됐을 것이다. 96에 손을 빼 쳐들어간 97이 급소이자 승부수. 여기서부터 바둑은 또 한 번 격렬하게 요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