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시 보러갈까

■정상화 개인전 20일까지

“글도 여백을 두어야 내용을 전달할 때 힘이 실리듯, 그림도 말이 많으면 안 좋아요.” 작가 정상화(75)는 이렇게 말하며 그림에 대한 설명을 아꼈다. 그의 개인전(20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말없는 그림, 아무 것도 그리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보여주는 추상화를 볼 수 있다. 작가는 1970~1980년대 한국미술계에 유행이었던 모노크롬(단색) 회화를 하되 작품의 제작과정이 독특하다. 우선 캔버스 위에 3~4㎜ 두께로 고령토와 본드를 섞어 칠한 뒤 고령토가 마르면 캔버스를 가로세로로 접어 표면에 균열을 만든다. 그 균열로 인해 생긴 수많은 작은 네모를 하나씩 떼어내고 그 자리에 아크릴 물감을 한 칸씩 채워 넣는다. 물감이 마르는 시간과 모양에 따라 같은 푸른 색도 수백 가지 빛깔을 띤다. 그래서 평면회화지만 표면에 은은한 입체감이 있고 가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화면 속으로 스며들 것 같다. (02)734-6111

■사진가 이응종 ‘네번째 사과’

사람 몸의 일부분 같기도 하고 우주 공간의 어느 별 같기도 하고…. 사과 한 개에 수없이 많은 표정이 들어 있다. 아날로그 흑백 사진을 고집하는 사진가 이응종이 개인전 ‘네 번째 사과’(9~16일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사과가 지닌 수많은 얼굴을 보여준다. 사과 표면의 현미경적 관찰부터 자연 속에 어우러진 ‘집단 사과’까지 다양한 앵글로 재미있는 모습을 잡았다. 작가는 이 전시를 위해 1997년부터 전국 각지를 다니며 개성 있는 사과를 모아 촬영했다. (02)734-1333

■제4회 경기 세계도자 비엔날레의 초대작품전으로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화예조형학과에 있는 모임인 ‘그룹현대화예조형’의 작품전시회가 27일까지 경기도 이천의 설봉공원 내 도자센터 앞 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꽃과 화훼식물을 주제로 하는 작가들이 ‘미래의 아시아를 빚자’는 테마 아래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

■늑대와 양이 함께 놀고, 돼지무리 사이에 사자들이 어우러져 있다. 동심 가득한 행복한 풍경을 그리는 화가 여동헌이 개인전 ‘웰컴투파라다이스(Welcome to Paradise)’를 20일까지 아트파크에서 연다. 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무리들 가운데 톡 튀는 한 마리 동물을 그려 넣어 ‘화가는 남들과 다른 튀는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02)733-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