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혼란, 작품성은 찬란

제4회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가 지난 4월 28일에 개막, 경기도 이천·광주·여주 3개 지역에서 이달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미래의 아시아를 빚자(Reshaping Asia)’라는 주제 아래 6개의 기획전으로 이루어졌고, 예년에 비해 교육 프로그램과 관람객 참여행사가 늘어났다.

도자전시에는 ‘도자는 예술인가? 공예인가?’ 라는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뒤따른다. 특히 도자비엔날레는 새로운 미술 경향을 보여주는 순수미술 비엔날레와는 다르게 일반전시에서 벗어나 수요 창출을 통해 도자산업 발전을 꾀하는데 그 뜻이 있다. 이런 점에서 전시 위주의 다른 나라의 도예비엔날레와는 달리 경기도자비엔날레에는 전시, 국제학술행사, 워크숍,산업연계 등 엑스포 성격의 프로그램이 많다. 이 비엔날레는 2001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도자기엑스포’였다가 중간에 ‘비엔날레’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이젠 더욱 엑스포 성격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하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도자와 타 매체와의 결합을 보여주고 도자의 새로운 형태와 색깔을 제시한 점에서 훌륭했다. ‘테라코타 우먼 프로젝트 2006-2007’은 진시황릉의 병마용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병마용 남자전사들을 모두 여성으로 변형시켜 놓았다.

야외에 세워진 높이 12m의 ‘소리나무’는 스테인리스 재질 줄기와 가지에 2007개의 도자로 만든 나뭇잎이 풍경(風磬)처럼 매달려 있다. 햇빛에 빛나는 외형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들려주는 음악소리로 이 작품은 비엔날레의 명물이 되었다 할 수 있다. 아름답고 편리한 인테리어를 제시하는 ‘세라믹하우스’나 현대적 감각이 물씬한 식기 세트 등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각 작품에 붙은 한글과 영문의 자세한 해설도 좋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진열장에 가두어버린 듯한 작품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천주교와 옹기’는 몰릴 관람객을 생각지 않은 듯 좁은 공간에 진열되었다. 일반 순수미술 비엔날레는 어렵다 생각해 가기 꺼렸던 사람이라면 가족의 서울 근교 나들이로 도자비엔날레는 어떨지. 라일락 향기가 흩어지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흙으로 빚은 예술세계로 가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031)645-05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