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의 썩은 내를 맡아보았나

김동현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상어’(10일 개봉)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구라는 지역이다. 인물들의 사투리 때문만은 아니다. 어제는 38도였지만 오늘은 34도여서 덜 덥다는 유수(홍승일)의 말에서 느껴지듯이 대구의 기후가 영화의 정서를 대변한다. 어부 영철(구성환)은 자신이 잡은 흰 상어 한 마리를 들고 준구(홍기준)를 만나기 위해 대구에 온다. 그러나 준구를 대신해 영철을 만나는 인물은 이제 출소한 지 1주일이 되는 유수이다. 공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성폭행으로 인해 정신이 이상해진 은숙(김미야)을 만나 쫓기기 시작한다. 그녀는 영철이 들고 있는 썩은 상어 냄새를 맡고 자신의 아이라며 달려든다. 한편 준구는 도박에 빠져 휴대폰을 꺼놓은 채 시간을 소일한다. 준구와 영철이 연결되는 것은 다방 여자를 통해서이다.

김동현 감독은 단편 ‘배고픈 하루’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응시한다. 전망이 없는 이들의 삶에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면, 영철의 가방 속에 담긴 백상어가 뿜어내는 것과 같은 부패의 향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어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진기한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정작 가방을 들여다보고는 썩은 냄새에 고개를 돌린다. 가방에 담긴 백상어는 ‘죠스’와 같은 느낌을 주기는커녕 무거운 짐이 되어 인물들의 삶을 대변한다. 떠도는 각각의 인물들을 느슨하게 엮으면서도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화면은 근래의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것이다.

김동현 감독은 90년대 아주 특별한 영화를 만들어 낸 배용균 감독의 조감독을 지냈다.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조감독을 거쳤고, ‘상어’를 만들기로 결심한 때에는 이미 젊은 감독은 아니었다.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배고픈 하루’이후 그의 행보는 무척 빨라져 ‘상어’에 이어 현재 두 번째 장편 영화를 완성해 가고 있다. 단편 시절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담아내는 독특한 그의 화술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그의 독립영화 만들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무척 기대가 된다.

필름포럼·CGV상암 등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