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공주님의 서울 전시 나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주인 나우프 알벤다르(24)씨가 그림을 전시 하러 서울에 왔다. 그는 아버지가 왕의 후손이라 ‘공주’라 불린다. 공식 칭호는 ‘HH 프린세스(her highness princess)’다.

9일 오전 조선호텔 비즈니스룸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옆에 남자 경호원 한 명과 여자 비서 한 명이 따라 들어왔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한국-사우디친선협회 이종천 회장은 “사우디에서 왕족은 보통 오후에 일어나니까 인터뷰를 오후에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만나자고 해 미안하다고 말했더니, 그는 “제 경우엔 하는 일이 하도 많아서 아침 일찍 일어나요”라며 크게 웃었다.

‘프린세스’라는 칭호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주 쾌활한 아가씨일 뿐이다. 하는 일은 실제로 많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라드 갤러리(Lahd Gallery)’라는 화랑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킹 파이잘 병원(King Faisal Specialist Hospital and Research Centre)의 연구원으로 일한다. 사우디의 인문학 잡지에 익명으로 글도 쓴다.

“지금은 사우디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지만, 왕실의 여성이 일을 하고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저는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예외적인 사람이에요.”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고 사우디에서 자랐으며 런던대 킹스칼리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아랍어,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5개 국어를 한다.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미술대학을 가지 않아도 그림을 취미 이상으로 좋아했어요. 화가로서 그림을 통해 사우디의 전통을 알리고 싶고, 갤러리 딜러로서 사우디의 재능 있고 젊은 여성 화가들을 외국에 소개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우디 화가들, 특히 여성은 외국과 교류할 기회가 참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