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한의 패착

〈제11보〉(172~191)=백은 172수째부터, 흑은 그 직전인 169수부터 초읽기가 시작됐다. 남은 시간은 둘 다 ‘1분’ 5개 뿐이다. 정상급 고수들에게 1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복잡한 변화를 순식간에 독파하고 정밀한 계가까지 해치울 정도니까.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서도 승부가 긴박해지면 어쩔 수 없이 실수와 착각이 속출한다.

172가 치명적 악수. 동시에 패착이란 굴레까지 썼다. 179까지 진행되고 보니 흑 3점을 봉쇄할 수단이 안 보인다. 180으로 어정쩡하게 씌울 수밖에 없는데 181, 183으로 오히려 백 3점이 잡혔다. 이래선 역전. 우승을 눈 앞에 두었다가 패신에 홀린 저우쥔쉰의 낯 빛이 새파랗게 질린다.

애당초 백은 우중앙 3점이 달아나기만 하면 끝난 바둑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172로 1 이하 7까지로 두었더라면 백 3점은 너무도 쉽게 탈출했을 것이다. 8로 따내도 9로 젖혀 백은 두려울 게 없다. 황망 중에도 186은 12집이 넘는 큰 자리로 반상(盤上) 최대. 하지만 용기 백배한 흑도 191까지 하변에서 큰 전과를 올린다. 여기서 백은 손을 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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