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머리와 심장

〈총보〉(1~260)=드라마 아닌 바둑이 어디 있을까마는, 이 한 판이야말로 굽이굽이 온갖 곡절 끝에 단 반 집으로 운명을 갈랐다. 저우쥔쉰을 택했더라면 대회 자체를 끝낼 수도 있었던 반 집이 후야오위를 향함으로써 결승은 1대1 균형을 되찾았다. 이럴 때의 반 집이란 얼마나 극적인가.

백은 초반 바꿔치기 이후 계속 주도권을 잡아나갔으나 172란 대실착과 함께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후 흑의 끝내기 미스가 따랐음에도 반 집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야말로 운명적이었다. 흑 109에 대해 보충 설명 하나를 덧붙인다. 109는 참고도 1이 정착으로, 백이 만약 2로 파호하면 3 이하 15까지 패(覇) 없이 살아가는 묘책이 있었다.

우승과 준우승은 상금 차액이 1억 7000만원에 달한다. 첫 세계 왕관이란 영예뿐 아니고 금전적으로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양극(兩極)이란 뜻이다. 이튿날의 필생의 쟁기(爭棋)를 앞두고 누가 더 편한 잠을 잘까. 이쯤 되면 머리 아닌 심장 싸움이란 말이 실감난다. (32…20, 59 65…51, 62…56, 117…54, 121 127 133 139 145 151…45, 124 130 136 142 148 155…118, 245…168, 260수 끝 흑 반 집 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6분, 흑 2시간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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