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모르면 사지 마라

“그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미술에 투자하지 마세요.”

K옥션의 김순응 대표이사는 15일 경매를 이틀 앞둔 13일, 경매작품 프리뷰 전시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술품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에 주식을 전문적으로 해봤고 미술을 오랫동안 좋아해 안목을 기른 사람들입니다.” 그는 “호황이 있으면 불가피한 희생자도 있는 게 자본주의의 생리다.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공부하고, 설령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그 작품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호황이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서진수 한국미술시장연구소장은 “미술품 공급은 제한돼 있고 수요는 폭발적이니 가격이 뛰는 것은 시장논리로 볼 때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옥석(玉石)을 가리는 구조조정 기간을 겪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요즘은 전문적인 정보를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미술시장 호황이 거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미술계 내부에서 가격을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자정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누구나 컬렉터’ 시대에서 이제는 ‘묻지마 컬렉터’ 시대로 가면서, 무작정 투자하는 것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서울옥션 최윤석 과장은 “작품을 보지도 않고 미리 사거나 별 정보 없이 쉽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려는 작가가 어느 정도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지, 작품 스타일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고, 반드시 실물작품을 확인하라”고 말했다. 김치호 예금보험공사 금융분석부장은 “초보컬렉터들이 좋아하는 장식적 구상회화, 삽화 같은 그림이 요즘 잘 팔린다. 새로운 미술 소비층이 형성된 것이라 좋게 볼 수도 있지만 걱정도 된다”며 “특히 해외시장에서는 거래가 되지 않는 국내 ‘안방작가’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많다. 외국 작가들과 안방작가들 가격을 비교해서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최근 경매에서 잇따라 20~30대 젊은 작가들 작품이 추정가의 2~5배 가격에서 낙찰되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외국 유명작가의 경우 가격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투자할 만하다고 보지만, 한국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작가들 작품이 느닷없이 비싸게 팔리는 것은 이상하다. 검증되지 않은 젊은 작가에게 마구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