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운명의 最終局

<제1보>(1~12)=바둑을 일컬어 ‘멘털 스포츠’라고도 한다. 어떤 운동 경기보다도 심리적 변수가 승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끝낼 찬스를 허무하게 날렸을 때,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무너졌을 때 냉정을 회복하기란 승부 자체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 ‘심리적 복원(復元)력’은 바둑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꼽힌다. 저우쥔쉰은 과연 하루 전의 역전패 충격에서 얼마만큼 회복됐을까.

 

5까지는 1국과 똑같은 진행. 저우의 필승 포석인 모양이다. 당시엔 백8로 걸쳐갔던 6으로 백번(白番) 3연성을 펼치면서 새로운 포진이 됐다. 7의 호점을 내주더라도 10까지, 방대한 세력으로 대항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오기인 동시에 이세제세(以勢制勢)의 치밀한 전략이기도 하다.

초반전은 뜻밖에도 후야오위의 속기(速棋), 저우쥔쉰의 장고 구도로 흐르고 있다. 7과 9 단 2수에 12분이나 썼다. 12로는 기왕 호기(豪氣)부리는 김에 참고도는 어땠을까. 운명의 최종국을 맞아 대국실 밖은 몰려온 국내 기사들과 보도진으로 인해 아침부터 북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