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여, 영원하라! ”

“할리우드에 맞설 영화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입니다. 최근 산업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한국 영화와 작가주의 감독들의 열정과 창의력을 믿습니다. 이렇게 기원할게요. 한국 영화여, 영원하라!

60회를 맞은 칸 국제영화제 질 자콥(Jacob)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개막식 당일인 16일 오전(현지시각) 자신의 집무실에서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세계 최고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는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은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이 거대한 영화축제를 총지휘하는 자콥 위원장은 지난 1976년 집행위원회 부국장(1976년)으로 칸과 인연을 맺은 이래 무려 30년 동안 경쟁부문 작품 선정을 실제로 좌지우지하는 ‘절대군주’다.

자콥 위원장은 올해 칸 60주년을 기념,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자 35명에게 요청, ‘극장’을 주제로 한 3분짜리 단편영화 35편을 만들도록 해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한다. “지난 1년6개월 동안 개별적으로 연락해 겨우 허락을 받은 프로젝트”라면서 “한마디로 영화적 상상력으로 칸 영화제의 60주년을 축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막식을 코앞에 두고 10분 간격으로 스케줄을 쪼개 쓰고 있는 탓에, 그의 시간을 독점하기는 어려웠다. 일부 질문과 답변은 서면으로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만 60회 생일을 환갑(還甲)으로 축하한다. 60회를 맞은 소감은.

“60은 상징적인 숫자일 뿐. 기쁨보다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싶다. 전통과 현대성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지향적 페스티벌로 만들 것이다.”

―칸은 세계 최고 규모의, 최고 권위의 영화제다. 스스로 꼽는 비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감독과 배우의 칸에 대한 사랑, 세계 최고수준의 상영시설을 지닌 우리의 자랑 뤼미에르 극장, 심사위원의 공정성, 영화 마니아들의 열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휴가 분위기에서 영화와 일을 즐기는 여유, 영화를 사고 파는 필름 마켓의 성공, 아, 그리고 올해 새로 정비된 인터넷 사이트까지…. 그래도 수많은 이유들을 빼먹은 것 같은데.(웃음)”

―너무 많다. 한 가지만 꼽는다면.

“예술적 질을 추구해온 것. 영화제의 성공은 결국 ‘영화의 질’에 달려있다. 35명의 거장에게 부탁해 옴니버스 영화 ‘그에게 그의 영화를’(To Each His Own Cinema)을 만든 이유도, 영화 그 자체로서 칸의 60회를 축하하고 싶었던 때문이다.”

―칸의 귀족주의에 대한 비판도 있다. 턱시도와 리무진으로 대표되는 레드 카펫 행사와 하층민의 처절한 삶을 담아내는 다르덴 형제의 작가주의 영화가 서로 어울리나.

“레드 카펫은 예술가와 영화에 대한 우리의 경의 표시다. 우리가 칸에서 예찬하는 것은 그 작품일 뿐이다.”

―전 세계에서 갈수록 예술영화는 고립되고, 할리우드의 영토는 넓어지고 있다.

“재능 있는 영화인, 거미줄 같은 배급망으로 할리우드는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왔다. 그렇다고 세계를 재해석하고 재현하는 작가주의 영화가 팔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그 가능성을 한국 영화에서 본다.”

―올해에도 김기덕 감독의 ‘숨’과 이창동 감독의 ‘밀양’ 두 편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최근 눈부신 성장을 이룬 한국 영화인의 창의성, 열정, 그리고 용맹성은 전 세계 영화인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영화적으로 뒤처진 다른 나라들의 모범이고 전범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작가주의 감독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한국의 재능 있는 감독들은 그 나라의 문화와 문명, 그리고 한국 영화의 고품격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려왔다. 한국 정부가 이들의 노력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기를 강력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