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고집 VS 고집

〈제2보〉(13~38)=1대1이 되면 돌을 다시 가리도록 돼있다. 오늘도 후야오위는 백을 택했다. 자신이 선호하는 흑을 쥐게 된 저우쥔쉰은 1국 때와 똑같은 포진을 폈다. 승부사들의 이런 고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확고한 가치관의 산물인 동시에 기세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도 있다. 둘은 이미 마음 속으로 상대의 멱살을 수 십 번은 잡았다 놓았을 게다.

 

14분의 장고 끝에 13으로 양걸침을 택한다. 14로는 참고 1도의 정석도 있다. 실전보 14 이하 38까지는 자주 등장하는 정석의 한 갈래. 백의 두터운 외세와 흑의 실리가 잘 조화를 이뤘다. 17로는 참고 2도 1로 침투, 18(또는 A)로 변화하는 정석도 있다(10…▲). 하지만 백의 외곽이 워낙 견고한데다 B도 백의 권리여서 내키지 않았으리란 결론.

세력 대 세력의 초반 흐름이 흑의 실리, 백의 세력 구도로 바뀌었다. 저우쥔쉰의 고질적(?) 실리 취향이 또다시 발동한 탓이다. 선수(先手)로 챙기고 약한 곳은 날렵하게 타개하는 게 그의 기풍이다. 그렇다면 다음 흑의 발길이 향할 곳은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