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도둑 고양이

〈제3보〉(39~53)=오전 11시. 루이나이웨이(芮乃偉) 부부가 어김없이 검토실에 등장한다. 누군가가 “출근부 도장 찍어야지”하며 농담을 던진다. 정말이지 루이의 바둑에 대한 열정과 탐구열은 감탄할 만하다. 오늘은 누구를 응원할까. “호호. 누가 이겨도 좋아요.” 한국 생활 9년째의 이 이방인은 기자의 유도신문(?)에 걸려든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흑은 39를 선수 후 별로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41로 날아든다. 좌하귀에 이어 실리지향적 기풍이 또 한 번 드러났다. 42는 무려 19분을 뜸들인 이 바둑 최 장고(長考)수. 막는 방향을 고심했을 것이다. 상변보다는 좌변의 폭이 넓다고 보고 42로 틀어막았다. 46으론 물론 ‘가’로 막는 수도 유력하다. 참고도 13까지도 정석의 일종.

52까지 선수로 10집 가까이 챙기고 53으로 천원을 차지했다. 벌처럼 쏜 뒤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앉는다는 무하마드 알리 같다. 아니면 머리부터 꽁지까지 생선 살 다 발라먹은 뒤 뼈만 남기고 달아나는 도둑 고양이에나 비유할까. 후야오위가 미간을 찌푸린 채 상체를 꺾었다. 또다시 장고 모드에 돌입할 자세다. 여기서 백의 선택이 몹시 어려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