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 신들린 '공포 괴성' 연기 탄성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코가 콤플렉스라며 활짝 웃을 때는 영락없는 90년생.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깔깔 대고 웃을 나이'라는 것을 입증하듯, 사소한 농담에도 '꺄르르' 넘어간다.

그런데 잠시 정색을 하고 작품 설명을 할 때 보면 이보다 더 진지할 수가 없다. 드라마 '천국의 나무'(SBS)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청순가령형 모습도 얼핏 스쳐지나간다.

23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전설의 고향'(감독 김지환)은 올해 첫 공포영화로 극장가를 장식할 화제작이다.

어린 시절 비극적인 사건때문에 쌍둥이 중 언니 소연만이 살아남는다. 10년 만에 소연이 의식불명에서 깨어나고 죽은 동생 효진의 원혼도 살아나면서 한 마을에 불어 닥치는 공포 바람을 그렸다. 박신혜는 쌍둥이 자매로 1인 2역을 맡았다.

"공포 영화를 볼 때 눈가리고 사정없이 소리를 질러요."

안동에서 첫 촬영을 하러 내려가는 날, 차 안에서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했다.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고, 손 발을 아무리 버둥거리려해도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것. 수중 신을 위해 크랭크 인 전 스킨스쿠버 훈련을 받기도. 특수 분장 후유증에 피부 트러블로 고생했다.

그러나 박신혜는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하기 힘든 1인 2역을 능숙하게 소화해내 김지환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살아남은 언니로 공포에 떠는 모습과 죽은 동생의 원혼이 저주를 내리는 표정 연기까지 넘나들었다. 제작진에게 "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충무로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예쁜 한복을 원도한도 없이 입어볼 수 있어 좋았다"는 박신혜는 막내딸답게 애교 만점. 밝은 성격과 프로근성으로 현장에서 인기 폭발이었다. '칼 하나 안댔다'는 자연미인답게 순수한 아름다움이 '지나온 화려한 날'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아역배우 출신이 갖는 한계는 이미 가뿐히 뛰어넘은 셈이니, 탄탄대로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