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로 돌아온 송혜교 "11년 연기인생 터닝포인트"

통통 튀는 말 솜씨와 미모는 여전했지만, 살짝 마른 듯한 모습이 성숙한 여인의 내음새를 더욱 진하게 풍겼다. 어쩜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보여주는 것도 같았다.

하긴 두 번째 스크린 도전작에서 김지미 장미희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맡았던 '황진이' 역을 맡았으니 그 부담감이 오죽 했으랴. 더욱이 '황진이'(감독 장윤현, 제작 씨네2000-씨즈엔터테인먼트)는 그녀의 11년 연기 인생 중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이니 말 다 했다.

그런데 부담스런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이제 그녀의 임무는 6월 첫주 수요일(6일)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슈렉3'와 맞대결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송혜교의 '황진이' 출연이 딱 그 그랬다. 첫 영화 '파랑주의보'(2005년)의 홍보 차 인터뷰를 할 때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극을 꼭 하고 싶다. 특히 황진이는 욕심이 가는 배역"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기사화됐는데, 몇 달 후 거짓말처럼 '황진이'의 제작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황진이'의 적임자를 찾다가 그 기사를 봤다고 했다.

한데 막상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자 고민이 시작됐다. "너무 빨리 큰 배역이 주어지니 어안이 벙벙했어요. 그렇다고 안 하자니 너무 아깝고…. 욕을 먹든 칭찬을 받든 일단 하고 보자 생각했어요."

예상은 했지만, '황진이'의 촬영은 정말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일단 고어체의 대사부터가 어색했다. 송혜교는 첫 대사를 내뱉을 때의 느낌을 "뻘줌했다"는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했다.

그 다음은 의상과 몸가짐 등 외형적인 모습이 문제였다. 5㎏이 넘는 가채를 머리에 쓰고 촬영을 하는 건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한 시간만 지나도 머리가 멍멍하고 목이 뻐근해졌고, 온 종일 촬영을 끝내고 나면 정수리에 탈모 증상까지 생겼다. 한복의 압박도 대단했다. "한복은 가슴을 최대한 납작하게 만들어야 맵시가 나거든요. 그래서 가슴을 꽉 동여매다 보니 너무 답답했어요." 여기에 계속 한복을 입고 촬영하다 보니 여름엔 땀이 줄줄, 겨울엔 다리가 후들후들거렸다.

극중 춤 추는 장면은 없지만, 잘 나가는 기생의 절도있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한국 무용도 배웠다. 석 달 이상 무용을 배우면서 한국적인 자태를 몸에 익혔고, 독특한 절 자세도 익혔다.

그렇게 지난 1년여 동안 송혜교는 황진이가 돼 갔다. 송혜교는 "결과에 상관 없이 하길 잘 했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그렇다면 '송혜교 판' 황진이는 뭐가 다를까. 그녀는 "화려한 '예인'이 아닌 '인간' 황진이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래서 실은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황진이'를 보고 오히려 안심이 됐다고 했다. "전혀 컨셉트가 다르더군요. 지금까지 나왔던 것과는 좀 더 색다른 '황진이'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많이 기대하셨던(?) 노출은 없겠지만, 분명 재미는 있을 거예요."

송혜교는 "'황진이'가 자신의 연기 인생 중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황진이'를 둘러싼 베일은 서서히 걷히고 있다. 그녀의 변신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