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빛이 보인다

〈제7보〉(87~98)=후야오위는 LG배 종료 후 불과 열흘 뒤 벌어진 제7회 리광(理光)배 결승서 창하오(常昊)를 제치고 우승했다. 신인왕전(98년)과 CCTV배(2001년) 등을 차지한 경험은 있으나 본격 기전 정복은 처음. 세계 제패가 걸린 일생일대의 대 승부에서 패할 경우 한 동안 죽을 쑤는 게 보통인데, 아픔을 빠르게 극복한 것을 보면 후야오위도 보통 승부사는 아닌 듯하다.

87은 형세가 좋다고 보고 자중한 수.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참고 1도 1로 이어 공격을 계속하는 것은 생각보다 탄력이 있어 잘 안 잡힌다(10 13…?, 11…?). 그러나 95는 느슨했다. 참고 2도 1, 3을 아낌없이 선수하고 5로 중앙을 제압했으면 백은 더 버텨 볼 데가 없었을 것이다.

96을 선수한 뒤 98에 뻗자 흑의 포위망이 순식간에 백의 영토로 편입됐다. 이제는 오히려 중앙 흑 6점이 부담스러워진 모습이다. 백에게도 희망의 빛이 보이는 국면으로 변했다는 뜻. 총명해 보이는 후야오위의 안광이 안경 너머 반짝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