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칸… 전도연 등 여배우들 빛났다

27일(현지시각) 밤 제60회 칸 영화제가 캐나다 드니 아르캉(Arcand) 감독의 ‘어둠의 시대’를 폐막작으로 열이틀간의 긴 항해를 마감했다. 한국에서는 ‘밀양’과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었지만, 과연 올해 칸을 찾은 세계영화의 전위(前衛)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어떤 배우와 미학적 스타일이 주목을 받았을까.

▲4번의 결혼식, 16번의 장례식, 그리고 두 번의 낙태

마이클 뉴웰의 영화 ‘네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1994)을 빗대 비유하자면, 올해의 칸은 이런 요약이 가능하다. 불법 이민(파티 아킨·천국의 언저리)이나 이란 혁명(마르얀 사트라피·페르세폴리스) 등 정치적 주제를 다룬 영화도 없지는 않지만, 경쟁섹션에 오른 22편의 관심은 거창한 사회적 이슈보다 인간 내면의 존재론적 고민을 다룬 작품이 대체로 많았다. 특히 죽음에 대한 관심은 압도적이었다. 마지막이 예정된 인간이 남은 시간 동안 지켜낸 존엄한 기품(줄리앙 슈나벨·잠수종(鐘)과 나비), 아이의 죽음 이후 신에게까지 배신당한 여인의 고통(이창동·밀양), 일확천금을 챙긴 뒤 꿈을 현실로 이루려는 순간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는 베트남 참전용사(코엔 형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치매 노인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가와세 나오미·모가리의 숲), 심지어 터키 불법 이민자를 도우려다 그 나라의 철없는 소년의 총에 비명횡사한 독일 여대생(파티 아킨·천국의 언저리)까지, 올해 칸의 작품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비극을 다양한 방식으로 포착했다.

▲여배우에게 햇살이

올해 칸은 여배우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전신마비라는 처절한 충격을 겪은 뒤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눈꺼풀 하나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Amalric·잠수종과 나비)등 남자 배우의 예외적인 성취도 있었지만, 생명을 잉태하고 지키는 모성(母性)의 다양한 무늬를 다채롭게 표현해 낸 여배우들에게 갈채가 쏟아졌다. 뉴욕타임스는 “고통받는 온순한 영혼을 표현해 낸 연기가 압권이었다”며 전도연(밀양)의 어머니 연기를 극찬했고, 불법 낙태를 시도하는 친구 옆에서 감정의 혼란과 방황을 겪는 소녀를 연기한 루마니아의 아나마리아 마린카(Marinca·4개월, 3주, 그리고 2일)도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여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체첸의 러시아 주둔지에서 장교로 일하는 손자를 찾아온 할머니를 연기한 갈리나 비슈네브스카야(Vishnevskaya)의 연기도 큰 박수를 받았다.

▲이야기보다는 스타일

일부 관객들은 졸거나 심지어 야유를 보냈지만, 올해 칸에서는 미학적인 스타일을 특별히 고집하는 몇 편의 작품이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린 호흡으로 관객들을 버겁게 만들었지만, 단 20개의 신으로 2시간 12분짜리 흑백영화를 완성한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Tarr)의 ‘런던에서 온 남자’가 대표적이었다. 또 석양 등을 표현하며 스크린에서 보여줄 수 있는 빛의 최대치를 보여준 멕시코 카를로스 레이가다스(Regadas)의 ‘고요한 빛’과 10대의 부드러움과 난폭함을 특유의 스타일로 구현해 낸 구스 반 산트(Van Sant)의 ‘패러노이드 파크’도 새로운 시각적인 성취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올해 경쟁부문 유일한 애니메이션으로 박수를 받은 마르얀 사트라피(Satrapi) 감독의 ‘페르세폴리스’ 역시 실사영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상상력의 영역을 흑백 애니메이션으로 경쾌하게 구현,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