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송혜교 내면 연기 속살보다 빛났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황진이'(감독 장윤현, 제작 씨네2000-씨즈엔터테인먼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워낙 오랜 기간 제작이 진행되면서 기대감이 한껏 부풀려졌던 게 사실. 그만큼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 '황진이'는 올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서는 대항마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뭐니뭐니 해도 송혜교라는 톱 스타의 존재가 빛났다. 송혜교는 첫 영화('파랑주의보')의 실패를 딛고, 이번 작품을 통해 완전히 '배우'로 거듭난 느낌이다. 아담한 체구에 매력적인 마스크는 두 말 하면 잔소리. 여기에 꿈 많던 별당 아씨, 권력자들을 조롱하는 기생, 사랑 앞에 어쩔 수 없는 한 여자 등 다양한 모습 등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펼쳐 보였다.

황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눈에 띈다. 2007년판 황진이는 화려한 예인의 모습을 그려냈던 기존의 그것들과는 달리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 작가 홍석중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남녀차별과 반상차별 등에 대한 비판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오히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노비 '놈이'(유지태)와의 안타까운 사랑을 통해 '차별받고 싶지 않고', '사랑하고 싶은' 한 인간의 내면을 절절히 그려낸다.

다양한 볼 거리 역시 '황진이'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복들은 기존의 사극에서 보여졌던 그것들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띤다. 화려한 색감과 독창성으로 찬사를 받았던 '음란서생'(2006년)의 의상과도 또다른 느낌이 있다.

기존의 사극 의상들이 주로 강렬한 원색 톤이었던 데 반해, '황진이'에 나오는 의상들은 녹색과 청색, 검정색 등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색상이 주를 이루는 게 특징. 금강산, 담양 소쇄원, 남원 광한루, 남산 한옥마을 등 전국 8도를 돌아다니며 담아낸 절경도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다만, 유장한 흐름이 자칫 '지루함'으로 비춰질 수 있는 건 문제다. 대체로 빠른 전개 양상을 보였던 최근 흥행작들의 경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달리기' 식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황진이'의 '느리게 걷기' 식 구조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많은 관객들이 주인공의 '변신'을 '노출'과 직접적으로 상관짓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쉽게도(?) '황진이'에는 '온돌신'은 있으되, '나신'(裸身)은 없다. 자칫 '속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송혜교의 말대로 '황진이'는 "벗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송혜교가 아니라 황진이의 변신에 초점을 맞춰 보는 게 어떨까. 같은 문제를 다른 풀이법으로 풀어냈을 때의 즐거움이랄까. 재해석의 즐거움이 있는 영화 '황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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