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취화선'이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을 때다. 한국영화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귀국길은 편치못했다. 주요상을 받으리란 확신이 없었기에, "최종 마감 시간을 늦추자"고 강력히 제안하지 못했던 탓이다.
결국 임감독의 수상 기사는 일자가 바뀐 다음날 지면을 장식하게 됐다.
비슷한 상황은 이번에도 연출됐다. 수상가능성을 어느 누구도 점칠 수 없었던 가운데, 처음엔 '설마'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타임즈 등 해외 주요 외신들이 전도연에 대해 긍정적인 리뷰를 쏟아내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영화가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프랑스행 비행기를 탄 전도연은 결국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본지는 현지 분위기를 시간대별로 체크하고 최종 마감시간을 두시간씩이나 늦춰가며 칸 국제영화제 60년사상 첫 여우주연상을 1면에 보도할 수 있었다.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한국영화계는 다시 한번 상승기류를 탈 조짐이다.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가운데 지난 수요일(23일) 극장에 걸린 '밀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물량공세에 맞서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요일(27일)까지 관객 동원수는 약 35만명으로 최근 충무로의 초라한 성적표를 감안해보면,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배급상황을 보면 한숨부터 먼저 나온다. 같은 날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3'는 전국 600여개 스크린을 잡았다. 지난 1일 개봉된 '스파이더맨 3'까지 더하면 전국 1600여개 스크린수 중 80% 이상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장악했다.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아예 한국영화의 선택권을 박탈당한 셈이다.
설상가상 1~2년 뒤를 말해주는 충무로의 현재 지도는 더욱 암울하다. 제작 편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그나마도 흥행 보장 카드만을 골라잡으려는 투자사들의 편식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충무로 관계자들은 이번 칸 수상 소식을 그 어느 때보다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쾌거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국 전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충무로의 우울한 성적표과 관련해, 전도연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있는 한 다시 한번 그 저력을 보여줄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녀의 믿음대로, 충무로에 햇살 가득 비치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래야 이번 전도연의 수상이 진정 그 의미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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