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입지전

〈제10보〉(126~153)=대만 출신인 왕리청 왕밍완 장쉬 등은 일본에 유학을 떠나 대성했다. 저우쥔쉰은 왜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을까. “나도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상 도저히 불가능했다. 대신 물가가 싼 중국을 오가면서 좋은 스승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얼굴 반쪽을 덮은 홍반(紅斑)에 대한 콤플렉스, 경제적 열등감 등을 딛고 기어이 세계를 정복한 저우쥔쉰은 입지전(立志傳)의 주인공다운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묘한 것은 소비시간이다. 초반 장고하는 듯 하던 저우는 1시간 남짓밖에 쓰지 않았다.후야오위는 126부터 초읽기에 돌입했다. 133까지는 이런 정도의 절충이 예상됐던 곳. 다시 상변으로 손을 돌려 137까지 선수 행사 후 138로 ‘최후의 큰 곳’을 틀어막는다. 142로는 ‘가’에 두는 것이 이득이란 의견이 한 아마 고수에 의해 개진됐으나, 그 경우 흑은 참고도 2로 대응한다. A를 내다보는 선수 끝내기가 되는 것.

시간 압박까지 겹친 후야오위가 얕은 신음을 뱉는다. 검토실의 열기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프로기사들이 조심스럽게 흑의 승리를 내다보기 시작하자 한국 중국 대만의 기자들과 카메라맨들도 갑자기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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