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주연상 전도연
에이즈환자·불륜·여성액션 등 강한 캐릭터 자청… 연기로 승부
CF업계에서는 오히려 ‘비호감’
“왠지 (영화제는)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상하게 남의 일 같더라.”
전도연(34)에게 칸 영화제는 초행 길이었다. “영화 ‘접속’(1997) 때 부산 영화제 한 번 가보고는 국내외 영화제에 가본 적이 없다”는 그녀. 그러나 이제 세계 영화계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
한국배우로는 처음으로 27일 폐막한 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은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에서 ‘열연’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부족한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 배우의 3대 영화제 수상은 강수연의 ‘씨받이’(1987년 베니스 영화제)이후 처음이다.
뉴욕타임스가 시상식 전날 ‘유력 후보’라고 극찬하는 등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서는 칸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동의했지만, 사실 수상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번 영화제는 세계적 연기파 여배우들의 각축장과 다름 없었다. 칸에서의 3차례 상영 중 일부 관객이 눈물을 흘렸다. 전도연은 “벅차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관객들이) 진심으로 울어주는 걸 보고 너무 감동받았다. 길어지는 기립박수가 무안해서 우리(감독, 송강호)가 먼저 나왔다”고 했다.
“그 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알았다. 밖의 세상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그녀의 말처럼, 전도연은 영화제를 겨냥한 ‘아트 영화’에는 출연한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그녀만큼 ‘비상업적’인 배우도 드물다.
1994년 TV 드라마 ‘종합병원’에 간호사로 출연, 시청자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전도연은 영화 ‘접속’에서 보여준 극히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 스타’의 호칭을 얻기 시작했다. ‘접속’ ‘약속’ 등 순하고, 흥행이 잘된 영화를 통해 스타 이미지를 굳혀가던 그녀는, 그러나 치정극 ‘해피엔드’, 여성액션극 ‘피도 눈물도 없이’, 에이즈에 걸린 다방종업원으로 나온 ‘너는 내 운명’ 등 흔히 여배우의 이미지엔 마이너스 요소라는 ‘센’ 캐릭터를 도맡아 연기해왔다. 가슴으로 하는 연기, 분석보다는 직관과 본능으로 만든 연기를 보여 각종 영화상을 휩쓸면서도, ‘스타’의 상징인 휴대전화, 가전, 화장품 등 개런티가 높은 ‘CF광고’ 에서 그녀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판타지 보다는 지나치게 현실감을 주는 이미지 때문”이라는 게 광고업계의 분석이다. 다른 아무 것도 아닌 ‘작품’만을 중시해온 그녀의 연기 생활은 ‘칸 수상’으로 큰 보상을 받게 됐다.
전도연의 수상은 2004년 장만옥에 이어 아시아 여배우로는 두 번째. 하지만 ‘클린’은 당시 장만옥의 남편이었던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싸야스(Assayas)가 연출하고 대사를 영어와 불어로 했던 작품. 영어나 유럽의 언어가 아닌, 아시아 단일 국가의 언어로 연기상을 받은 여배우는 사실상 전도연이 처음이다. 자막을 통한 감정이 관객에게 호소력을 지니려면 몇 배 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올해 ‘밀양’에서 보여준 전도연 연기의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도연의 수상은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에도 큰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제는 세계 영화계가 한국영화의 ‘작품’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배우’에도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2000년대 이후 임권택(취화선·칸 2002), 이창동(오아시스·베니스 2002) 김기덕(사마리아·베를린, 빈집·베니스 2004) 박찬욱(올드보이·칸 2004)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심사위원대상 등을 거머쥐며 성취를 거듭해왔지만, 영화의 꽃인 배우에게 주연상이 돌아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린 아들과 함께 신애(전도연)가 밀양(密陽)을 찾는다. 죽은 남편의 고향에서 새 삶을 찾아보겠다는 욕심이다. 피아노 학원 열고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보려는 그녀에게 더 큰 시련이 닥친다.
아들의 유괴와 믿을 수 없는 죽음. 신애는 하느님에게 귀의(歸依)하지만, 신에게도 배신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녀가 신앙의 힘으로 ‘원수’를 용서하려는 순간, 이미 그에겐 자신의 용서가 의미 없어진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녀는 절망하고, 그녀를 쫓아다니던 노총각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만이 끝까지 신애의 옆을 지킬 따름이다.
이창동 감독 4년 만의 복귀작이자 전도연의 10번째 영화인 ‘밀양’은 비극적 상황에 빠진 여성의 고통을 통해 삶의 본질적 의미를 묻는다. 칸의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종교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전도연의 수상으로, 그간 흥행에서 취약한 면모를 보였던 이창동 감독 영화는 뜻밖의 선전을 기대해도 좋은 상황이 될 것 같다.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는 28일 “칸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10%대에 머물던 ‘밀양’의 예매율이 30%대로 급증했다”고 밝혔고, 역시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ENT도 “당일 예매율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를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영화 ‘밀양’은 23일 개봉했다.
■영화 ‘밀양’은… 고통 통해 삶의 의미 물어
어린 아들과 함께 신애(전도연)가 밀양(密陽)을 찾는다. 죽은 남편의 고향에서 새 삶을 찾아보겠다는 욕심이다. 피아노 학원 열고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보려는 그녀에게 더 큰 시련이 닥친다.
아들의 유괴와 믿을 수 없는 죽음. 신애는 하느님에게 귀의(歸依)하지만, 신에게도 배신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녀가 신앙의 힘으로 ‘원수’를 용서하려는 순간, 이미 그에겐 자신의 용서가 의미 없어진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녀는 절망하고, 그녀를 쫓아다니던 노총각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만이 끝까지 신애의 옆을 지킬 따름이다.
이창동 감독 4년 만의 복귀작이자 전도연의 10번째 영화인 ‘밀양’은 비극적 상황에 빠진 여성의 고통을 통해 삶의 본질적 의미를 묻는다. 칸의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종교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아니벌써… ‘전도연 효과’ ‘밀양’ 예매율 3배나 뛰어
전도연의 수상으로, 그간 흥행에서 취약한 면모를 보였던 이창동 감독 영화는 뜻밖의 선전을 기대해도 좋은 상황이 될 것 같다.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는 28일 “칸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10%대에 머물던 ‘밀양’의 예매율이 30%대로 급증했다”고 밝혔고, 역시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ENT도 “당일 예매율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를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영화 ‘밀양’은 23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