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얼굴에 바르고 나온듯 실감연기”

전도연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밀양’의 원작은 이청준(68)씨가 1985년 발표한 원고지 230매 내외의 중편 ‘벌레 이야기’. 한국 문단의 거목 이청준씨의 소설은 그와 동향인 임권택 감독이 ‘서편제’ ‘천년학’ 등으로 풀어내고, 고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 등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다.

일찌감치 시사회에 참석, 영화를 관람한 이청준씨는 28일 “영화는 소설 ‘벌레이야기’와는 약간 구조가 다르지만, 여자가 겪는 고통의 색깔이나 구원과 용서의 굴곡을 겪는 과정은 똑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에 대해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도연이란 배우는 영화에서 고통을 (얼굴에) 바르고 나온 것 같았어요”라고 말을 시작한 이청준씨는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얼마나 실감나게 소설 속의 여자를 연기할까 했는데,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주인공 신애를 내면 속에 고통을 지니고, 삶 속에서 그것을 견디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설에서 여자는 자살을 하지만 영화 속의 여자는 계속 살아간다. 어찌보면 죽음보다 삶을 받아들이는 게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그 뒷모습을 보는 게 가슴 아팠다”며 전도연이 그려낸 주인공의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