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돼…’ 혼자 중얼거리며 시상대로 갔어요”

전도연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전날 밤 수상자들의 파티가 새벽까지 그를 놔주지 않은 까닭도 있었겠지만, 한국 여배우 사상 첫 칸 여우주연상이라는 영광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맥주 딱 한 병 마셨을 뿐인데…”라며 싱긋 웃었다. 이날 밤 비행기 편으로 귀국하는 그녀를, 숙소인 그레이 달비옹(Gray d’Albion) 호텔에서 28일(현지시각)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어땠나.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안 믿겼다. 스스로 이건 말도 안돼, 이건 말도 안돼,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떻게 무대로 걸어갔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시상식이 불어로 진행되는 바람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도 잘 못 채겠더라.”

―하룻밤이 지났다. 이제 실감이 나는가.

“밤새 한잠도 못 잤다. 어제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는 좀 실감이 난다. 사실 실감이라기보다는 난감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너무 좋은데, 이제부터는 또 다른 부담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휩쓸려 다녔다. 한국에서도 너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셔서, 사실 걱정이 더 크다.”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했나.

“정말 몰랐다. 시상식 내내 상을 못 받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최면을 걸었다. 난 정말 작품상이나 감독상이 우리 ‘밀양’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창동 감독님도 내게 상 못 받아도 실망하지 말라고 그러셨고. 사람들이 미리 통보 받았을 거라고 말하는 모양인데, 정말 전혀 몰랐다.”

―수상자들의 파티에선 반가운 얼굴이 있었나.

“영화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웃음). 심사위원인 장만옥을 만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먼저 가서 반갑게 인사했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니까.”

―60년 칸의 역사에서 아시아 배우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장만옥에 이어 당신이 두 번째다.

“여기 오기 전에는 그런 사실 몰랐다. 해외 영화제를 처음 와 보는데, 그런 지식이 있었겠느냐(웃음). 하지만 그런 사실이 뭐 그렇게 중요할까 싶다.”

―그런 식의 의미 부여가 어떤 책임감이나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나.

“물론 자랑스럽고, 책임도 크다. 하지만 그것 보단 ‘밀양’이라는 좋은 영화로 칸에 왔고,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다. 영화제가 무슨 국가 대항 올림픽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영화가 사랑 받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제게는 좋은 영화 ‘밀양’이 사랑 받았다는 사실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 같다. 수상 발표 이후 한국에서 ‘밀양’ 예매율이 3배나 뛰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심 그 소식이 가장 기뻤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