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클래식의 바다로

행복한 금요일, 즐거운 고민이다. 같은 날(6월 1일) 다른 장소(모차르트홀과 금호아트홀)에서 두 작곡가의 소나타를 집중 탐구하는 음악회가 각각 열린다.

‘첼로의 삼촌’쯤에 해당하는 옛 악기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연주자 강효정(35)씨는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3곡을,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30)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곡을 들려준다. 바로크 음악광에게는 전자(前者)가, 고전적 정취를 선호하는 팬에게는 후자가 이끌릴 법하지만, 매혹의 강도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 강효정의 바흐… “그댄 좋아하나요 바로크음악을”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부천 필하모닉에서 첼로 단원으로 4년간 일할 때까지만 해도 고음악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고(古)음악의 명인 조르디 사발이 음악을 맡았던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을 볼 때, 남들은 지루하다고 해도 혼자선 재미있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막연한 호기심이었다.

뒤늦게 떠난 유학 길에서 비올라 다 감바를 만났고 옛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앉아서 연주하는 건 첼로와 흡사하지만, 악기가 속해있는 족보(族譜)부터 현의 숫자와 활을 잡는 법, 조율법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독일의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단원으로 연주하면서도 동시에 쾰른에서 고음악을 익혔다. 강씨는 “강요하는 큰 소리가 아니라 소곤소곤 말을 건네는 듯 섬세하고 자연스러움이 깃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바로크 오페라 ‘디도와 아이네아스’와 ‘리날도’에서 잇따라 연주를 맡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음악 감독을 맡고 있다.

오는 1일 오후 7시30분 모차르트홀에서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3곡(BWV 1027~1029)을 연주한다. 그는 “현대 악기가 자동차로 고속 도로를 질주하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면, 옛 악기는 달구지를 타고 자갈 섞인 길을 천천히 가는 것 같은 멋이 있다”고 했다.

■제니퍼 고의 브람스… 피아노 반주자와 9월 결혼 예정

“그댄 좋아하나요 고전적 정취를” 

19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했던 바이올리니스트는 오벌린 대학에서 정작 영문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음악에는 말이 없다. 음악에 숨어있는 구조를 찾아내고, 다시 표현하는 데 문학이 무척 도움을 준다”는 이유였다. 뉴욕 필하모닉, LA 필하모닉 등과 바쁜 협연 중에도 그 도시의 공립 학교를 찾아가 무료 음악 교육 프로그램인 ‘뮤직 메신저’를 열고 있다. 1999년 일어난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는 “아이들은 더 많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특히 아름다운 음악이라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속 깊은 연주자가 속 깊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곡을 1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들려준다. 제니퍼 고는 “바흐에서 브람스로, 슈만에서 브람스로 이어지는 음악적이고 인간적 관계에서 흥미를 찾는다”고 했다. 피아노는 벤자민 호크만이 맡는다. 오는 9월쯤 그는 이 반주자와 결혼 예정이다.